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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오토노미아(Autonomia)는 확실한 목표와 콘셉트로 자신만의 영역을 다져가는 회사다. 무인 모빌리티 즉, 드론을 보다 유용하고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임무특화 드론 솔루션’을 적용해 조금 더 안전하고 윤택한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김진영 대표는 ‘돌핀 시스템(Dolphin system)’이 오토노미아의 주력 아이템이라고 설명한다.
“돌핀 시스템은 화재 현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항공 드론과 지상 드론(로봇)을 투입함으로써 소방 작전의 성공률과 대원들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고안됐습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AI 자율주행 드론과 열추적 유도 소화탄으로 구성돼 있지요. 올해 시험운용 테스트를 마치고 2023년에는 실제 현장에 배치되도록, 국내 상용화를 목표로 산림항공본부와 국립산림과학원, 소방청 등 주요 정부 기관과의 협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돌핀 시스템의 차별성은 오토노미아가 보유한 네 가지 원천기술에 기반한다. 바로 ‘설계 능력’과 ‘FC(Flight controller) 기술’, ‘GCS(Ground Control Solution) 기술’, ‘AI(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이다. 오토노미아는 사용환경별로 특화된 드론 하드웨어 설계 능력을 갖췄다. 커스텀과 보디포밍 기술을 바탕으로 임무별, 산업군별 여러 형태의 드론 기체를 맞춤형으로 형상화할 수 있다. 드론의 비행제어 장치인 FC와 조종장치인 GCS 제작 부문에서도 자체 기술력을 보유했다. FC 기술은 사용환경에 맞게 드론을 제어하고 그 능력을 최적화시키는 데 필요하며, GCS 기술은 실시간으로 송수신되는 데이터를 사용자가 편리하게 활용하도록 드론 조종환경을 개편하는 데 사용된다. 또한 앞서 언급한 세 가지 기술을 유기적으로 보좌할 수 있는 AI 통합관리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설계, FC, GCS, AI는 사실 드론 제작에서 가장 기본이자 핵심이 되는 부분입니다. 현재 드론 시장은 해외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국내 기업이 경쟁할 수 없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드론에 필요한 0부터 100까지 기술을 모두 다룰 줄 아는 기술자, 기술 기업이 없다는 점이죠.”
김진영 대표는 실제로 국내 다수의 기업이 해외 기업이 제작한 기술 파츠를 조립하고 연동, 응용해 국산 제품이라 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산이란 이름을 달았지만, 해외에서 개발된 프로그램과 기판을 사용해 만들어진 드론들이다. 국외 환경에 맞춰진 제품이 국내 환경에서 100% 제 역량을 발휘하기란 어렵다. 이를 국내 환경에 맞추려면 내부 소스를 조작해야 하는데, 수준급 능력을 갖춘 기술자들이 드물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일례로 ‘PIX4’라는 FC는 오픈소스로 개방돼 있지만 이를 100% 활용해 새로운 맞춤형 FC로 개편할 수 있는 능력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드론의 기체 또한 문제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소방용 항공 드론의 경우 최소한 내열 처리를 하거나 통신 강화 모듈, 냉온 유지장치 등을 장착하는 특수목적용 기술이 적용돼야 합니다. 실제 환경에서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도록 뒷받침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현재는 획일화된 일반 제품들이 그대로 납품되는 상황입니다.”
김진영 대표는 승용차로 사람도 태우고, 순찰도 하고, 컨테이너 같은 대형 화물도 옮기고, 건설 현장 부산물도 옮기는 격이라고 비유했다. 드론이 사용되는 분야는 다양하지만, 자세히 보면 모두 다 유사한 몸체에 독점 회사의 FC를 탑재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심과 제대로 된 법률 마련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드론 관련 상세 법률이 없다. 오토노미아가 가장 진입하기 어렵다는 재난 · 안전 분야, 그중에서도 소방 분야를 택한 것도 정부 기관과 긴밀히 소통하기 위해서다. 소방 임무특화 드론 솔루션 공급을 시작으로 드론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게 목표다.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느 곳보다 드론 규제가 강력합니다. 또 국토의 약 70%가 산악지형이고 사계절의 날씨 변화도 커 지형적, 기후적 악조건이 다수 분포돼 있죠. 국내 시장의 까다로운 조건들, 재난 · 안전 분야의 극한 상황들을 돌파할 수 있다면 타 시장, 타 분야로의 확대는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범용성인데, 드론의 가장 기초이자 핵심 부분의 기술력을 갖췄기에 사용자 니즈에 부합하는 특화 드론을 제작하기도 쉽죠.”
김진영 대표는 통일된 드론 동체와 제어기(FC)가 아닌 각 산업군에 특화된 맞춤형 솔루션을 공급하는 회사는 현재 오토노미아가 유일하다고 밝히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변리사를 통해 기술 특허 자료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내외를 통틀어 오토노미아처럼 화재를 직접적으로 진압할 수 있는 맞춤형 드론은 없었다. 세계 드론 시장이 획일화된 기술로 오직 ‘잘 날아다니는’, ‘더 무거운 것을 들 수 있는’ 제품 생산에 주력하는 이때 오토노미아는 임무특화 드론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2021년 3월 3일에 설립된 오토노미아. 3명의 경영진과 2명의 개발자, 1명의 고문위원으로 구성된 작은 스타트업의 발걸음이 당차다. 로봇공학자를 꿈꾸며 한양대 ERICA캠퍼스 로봇공학과에 진학했다는 김진영 대표는 이제 임무특화 드론 분야의 선두기업으로 세계 기술을 선도하는 꿈을 키우고 있다. 현재까지 약 4억 5천만 원가량의 자금을 유치, 투입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 9기’에 합격해 정부로부터 사업화 자금을 받았고, 제2회 해동창업경진대회 대상을 비롯해 각종 창업경진대회 수상과 투자유치 등을 연달아 이뤄낸 결과다.
한양대의 다양한 지원 시스템도 큰 힘이 됐다. ERICA캠퍼스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오토노미아는 다양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자금적, 경영적, 대외적인 지원을 받았다. 강소연구개발특구 기업으로도 선정돼 이노폴리스 재단으로부터 각종 혜택도 받고 있다.
“의지와 열정만으로 맨땅에 헤딩하듯이 창업한 뒤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벤치마킹할 선두기업 없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니 어려움이 더 큰 것 같아요. 저를 비롯한 회사 멤버 모두가 기술자들이다 보니 기업가적인 능력을 기르는 것도 어려웠고요. 투자자들에게 우리의 장점과 돌핀 시스템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김진영 대표는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4개월간 20~30개의 멘토링을 동시에 진행했다. 학교 교수진과 유관 기업 대표, 투자자, 창업 동문 등 다양한 멘토들의 날카로운 지적과 조언에 회의감이 들기도 했지만 흔들리는 정신을 다잡았다. 초기 사업제안서를 깨끗하게 버리고, 다시 시작해 도전하자 긍정적인 평가가 따라왔다.
드론을 활용한 사회적 혁신,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드론 시장의 변혁을 이끌고 싶다는 김진영 대표. 기술력과 진정성으로 성장 중인 오토노미아가 드론 분야에서 어떤 발걸음을 남길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