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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는 조직의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그리고 거버넌스(Governance) 측면을 나타내는 개념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많은 주목을 받게 됐다. 최근에는 기업 관점에서 ESG가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경영 전략으로 채택되면서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ESG를 경영 전략으로 활용한 사례로는 클로락스가 있다.
표백제 제조 기업인 클로락스는 2008년 제품의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환경을 해치지 않는 ‘그린웍스’를 출시했다. 그러나 표백제는 흔히 친환경적이라고 생각되는 제품이 아니기에 당시 클로락스는 소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더러운 벽을 그린웍스로 청소하고 그 위에 숲 그림을 그리는 ‘리버스 그래피티(Reverse Graffiti)’ 캠페인을 시작하거나 영향력 있는 환경 단체 ‘시에라 클럽(Sierra Club)’과 파트너십을 맺는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했다. 결과적으로 클로락스의 친환경 제품 시장 점유율은 40%까지 증가했다.
맥도날드는 ESG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알아두면 좋은 정보(Good to Know)’ 캠페인을 추진했다. 이 캠페인을 통해 맥도날드는 공급망을 친환경화하며 지역사회를 지원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홍보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며 결과적으로 맥도날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었다.
최근 몇 년간 기업의 투자 결정에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식 아래 ESG 투자가 급부상했고, 2012년 약 13조 달러 수준이었던 ESG 투자액은 2020년 35조 달러까지 치솟았다. 국내에서도 2020년 무렵 ESG 경영이 확산하며 ESG 평가가 자금 조달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과 같은 위기가 닥치며 상황이 달라졌다. 물가상승과 에너지 위기, 그로 인한 경기 침체를 대면하며 기업들은 당장의 생존을 걱정하게 됐고,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ESG는 뒷전으로 밀렸다. 더군다나 그린워싱(Green washing) 문제가 오랫동안 해소되지 못하고 있으며, 경기침체기에 ESG 투자상품의 수익률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떠오른 것이 이른바 ‘안티 ESG’다. 안티 ESG는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ESG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말한다. 안티 ESG는 최근 정 · 재계에서 점차 확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는 민주당에 대항하는 공화당의 주도로 안티 ESG 법안들이 통과되고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스트라이브에셋매니지먼트는 안티 ESG 펀드를 선보였다. 거대 석유기업인 엑슨모빌은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들에 반발하며 ‘기후변화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 on Climate Change)’가 주주가치의 제고를 명분으로 기업의 미래와 이윤을 해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안티 ESG에 동조하는 기업들은 지속가능성과 사회적인 책임 준수에서 벗어나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이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지 않거나 경외시하는 사례(Corporate social irresponsibility)는 과거부터 꾸준히 존재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나이키와 남양유업이다. 1990년대 나이키는 제3세계 공장들에 제품의 생산하청을 맡겼다. 그러나 이들 공장의 노동자들은 유해물질에 끊임없이 노출돼 있었으며, 제3세계의 미흡한 법률 체계는 아동노동 문제까지 일으켰다. 시민단체들은 나이키의 하청 공장에서 심각한 윤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비판하였으나, 나이키는 “우리가 소유하지 않은 공장에 대한 책임은 없다”며 대응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시사잡지 라이프(Life)는 나이키가 개도국에서 아동 노동자를 착취한다고 지적하는 기사를 보도했으며, 나이키의 베트남 하청 공장에서 기준치의 177배의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사태가 발생해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1면에 보도되기도 했다. 분노한 소비자들과 시민단체들에 의해 나이키의 불매운동이 확산했고, 나이키 주가는 50%가량 곤두박질쳤다. 그제야 나이키는 하청업체 계약에 윤리적 기준을 적용했으며 하청노동 문제 해결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본사에 기업책임부를 신설했다. 이러한 쇄신 과정을 거친 이후에야 나이키의 매출은 회복될 수 있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바로 남양유업이다. 남양유업은 오랫동안 우유업계 1위를 지켜온 굴지의 기업이었다. 그러나 2013년 본사 영업사원과 지역 대리점 직원 간의 음성파일이 공개되며 이른바 갑질 파문에 휩싸였다. 악성 재고들을 대리점에 강매하는 소위 밀어내기 관행이 알려진 것이다. 시민단체와 소비자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남양유업은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2019년 창업주의 외손녀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됐으며, 이듬해에는 홍보대행사를 통해 경쟁사를 비방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창업주가 입건되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에는 불가리스가 코로나를 억제한다는 허위 연구를 발표해 식약처에 고발당했고 경찰이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결국, 얼마 전 남양유업 창업주 일가는 자신들의 주식을 모두 사모펀드에 넘겨주게 됐다.
앞서 논의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은 ESG와 유사한 개념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법적, 경제적, 윤리적 책임을 지는 것을 뜻하며, 종종 사회공헌이라고도 불린다. CSR은 소비자와 기업 간의 장기적 관계 및 충성도를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기업은 적절한 CSR 활동을 추구해 이익을 꾀할 수 있다. 특히 CSR은 기업 내부의 역량과 외부 경쟁력, 이해관계자와의 관계를 모두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때문에 기업의 각종 사회 및 제도적인 비용을 감소시키고 환경적 파괴를 최소화할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CSR을 성공적으로 활용한 예시로는 파타고니아가 있다. 파타고니아는 ‘환경을 해치지 않는다’라는 사명을 가지고 Scope 1(직접배출), 2(간접배출), 3(기타 간접배출)에 미치는 환경적 영향을 추적해 보고하는 등 환경보호에 기여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노력은 소비자들의 충성도 제고로 이어졌고, 일부 고객들은 적극적으로 파타고니아의 사회변화에 동참하기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하기도 했다.
반면, 폭스바겐과 같은 CSR 실패 사례도 존재한다. 자동차 기업의 엔진 문제는 환경적 측면에서 기업의 신뢰도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폭스바겐은 기업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에 실패하면서 ‘Hoaxwagen(사기 자동차)’라는 별명을 얻었고, 결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깨뜨리기도 했다.
이처럼 CSR 활동은 한 기업의 이미지와 소비자와의 신뢰도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경영진은 CSR을 추진할 때 효과적인 감독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해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CSR은 기업의 생존과 소비자와의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은 본질적으로 이윤추구라는 목적을 가지는 경제적 조직이다. 전통적인 시장경제 관점에서 사람들은 기업이 결과적으로 이윤을 획득하기만 한다면 대개 이를 만족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이 재무적인 목표만을 위해 나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지표면 평균기온은 역대 최고점을 향해 달리고 있고, 세계적으로 인간은 더욱 심한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의 잠재적인 고객들이 점점 경제적 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런 지구환경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이 한 사회의 이해관계자로서 경제활동을 지속해서 영위하기 위해 ESG 실천은 필수불가결하다. ESG가 기업의 이윤추구 활동에 해가 된다는 말도 옛말이 됐다. 현재 소비자들은 조금이라도 사회적으로 책임감이 있는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고 싶어 하고, 투자자들 또한 비재무적 정보를 공개하는 기업을 위주로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정책도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처럼 모든 이해관계자가 ESG를 추구하는 환경에서 기업은 결국 장기적 성장과 생존을 위해 ESG를 실천하는 경영 전략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