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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간 핵심광물 확보 전쟁,
대한민국의 미래는?

  • 글 자원환경공학과 김진수 교수
  • 정리 편집실
국가 간 자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지역 편중이 심해 가격 및 수급 위기 발생 가능성이 크고, 국내 산업이나 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핵심광물의 경우 경제안보 차원에서도 관리가 필요하다. 핵심광물 공급망을 강화하는 최고의 방법은 자급이다. 하지만 자원 빈국 한국은 광물자원 자급률이 3.3%(2022년 기준)에 불과하다. 핵심광물 확보의 중요성과 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전 세계의 국가 간 광물자원 확보 경쟁

광물자원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왔으며, 산업혁명 이후 철이나 구리와 같은 광물이 제조업 설비와 제품의 핵심 원자재로 사용되면서 현대 사회와 경제 활동의 주요 원료로 쓰였다. 그런데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목표에 따라 재생에너지 설비,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저장 장치 등 새로운 에너지 체계가 점차 확대되면서, 예전에는 쓰임새가 적었던 리튬, 코발트, 흑연, 네오디뮴 같은 광물자원이 많이 필요하게 됐다.

그런데 최근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핵심광물’을 대상으로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이른바 핵심광물 확보 전쟁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핵심광물의 두 가지 특성과 전 세계 공급망, 즉 글로벌 밸류체인의 패러다임 변화 때문으로 보인다. 첫 번째로, 핵심광물은 다른 광물에 비해 생산 지역이 편중되어 있다. 예를 들어 백금, 리튬, 희토류, 코발트는 모두 상위 3개 생산국의 점유율이 80%를 넘는다. 두 번째 특징은 대부분의 핵심광물은 원광으로 교역되는 것이 아니라, 제련을 통해 순도를 높인 제품으로 교역된다는 점이다. 특히 이러한 제련 공장은 중국 등 특정 국가에 집중돼 있다. 또한, 전 세계 공급망의 패러다임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활발한 분업 구조가 형성됐지만, 이제는 진영 논리와 경제 블록화가 진행되면서 배타적인 경제 공동체를 구성하거나 공장을 국내로 복귀시키는, 즉 리쇼어링(Reshoring)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미국, EU, 일본 등 제조 기반이 발달한 주요 국가들은 앞다투어 자원 안보 강화를 위한 정책과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일찍이 공급망 강화 행정명령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핵심광물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EU는 핵심원자재법을 도입했으며, 일본은 에너지기본계획에 광물자원을 포함하고 세계은행과 협력해 안정적인 확보 전략을 추진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핵심광물은 왜 중요한가

산업통상자원부는 2023년 발표한 핵심광물 확보전략에서 ‘가격·수급 위기 발생 가능성이 높고, 위기 시 국내 산업 및 경제에 파급효과가 커서 경제안보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한 광물’을 핵심광물로 정의하며 33종의 핵심광물을 선정했다. 나라마다 경제와 산업 구조가 다르므로 핵심광물의 정의도 다소 차이가 있고, 시기에 따라 핵심광물 목록을 조정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은 2022년에 핵심광물 목록을 업데이트하면서 니켈과 아연을 추가하고 헬륨, 탄산칼륨, 레늄, 스트론튬을 제외했다. 일본은 2024년에 우라늄을 핵심광물로 새롭게 추가했다. 그러나 각 나라가 미래 산업과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광물들을 핵심광물로 정의한다는 점은 동일하며 리튬, 니켈, 망간, 텅스텐, 타이타늄 등 주요 광물들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핵심광물로 지정하고 있다.

핵심광물은 탄소중립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뿐만 아니라 반도체, ICT, 우주산업, e-모빌리티 등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첨단 산업과 국방 분야의 첨단 무기체계에도 필수적이다. 즉, 한 국가의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뿐만 아니라 미래의 경제 성장과 자주국방을 위해서도 핵심광물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EU,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핵심광물 확보와 공급망 안정성 강화를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광물자원은 수급 위기가 발생하면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광물은 석유나 천연가스처럼 일상생활과 경제 활동에 필수적인 연료는 아니다. 그리고 수입액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다. 하지만 산업 생산의 원료로 사용된다는 특성 때문에, 특정 원료나 소재의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관련 재화와 서비스의 전체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2022년 갈륨 수입액은 436만 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갈륨이나 갈륨 소재의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 반도체 생산이 중단될 수 있으며, 그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수입액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우리나라의 광물자원 자급 현황은?

한국은 천연자원이 거의 없는 나라로, 광물자원도 예외가 아니다. 국가 승인통계인 2023 광업·광산물 통계연보(한국지질자원연구원, 2023)에 따르면, 2022년 국내 광산물 생산액은 2조 2661억 원, 수입액은 65조 7620억 원, 수출액은 2조 6977억 원, 내수는 63조 7159억 원으로, 자급률은 3.3%에 불과했다. 안정적인 에너지와 광물자원의 공급은 제조업 강국인 우리나라 국가 경제와 성장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그동안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을 중심으로 다양한 석유, 가스, 광물자원 확보 정책을 시행해 왔다.

광물자원의 또 다른 특성 중 하나는 ‘광물자원’이라고 통칭하지만, 석유나 천연가스와 달리 광물자원의 종류(광종)에 따라 이질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광물자원은 금속광, 비금속광, 석탄광으로 나눌 수 있으며, 금속광은 귀금속(貴金屬)과 비금속(卑金屬)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광종별로 자급률, 수급 형태, 지역 편중도에 큰 차이가 있다. 이러한 이질성 때문에 광물에 대한 안정적인 수급 정책을 수립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미래 산업 원료인 텅스텐, 그 가치와 자급의 길

텅스텐은 반도체, 항공, 방산, 자동차, 통신, 의료 등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산업의 핵심 원료로 사용되는 광물이다. 이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EU, 국제에너지기구에서도 모두 텅스텐을 핵심광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는 텅스텐 공급의 95%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텅스텐은 한때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품목 중 하나였다. 1916년에 강원도 영월 상동에서 텅스텐 광맥이 발견되면서 개발이 시작된 상동광산은 해방 후 국영기업인 대한중석(大韓重石)으로 재편됐고, 1950~60년대에는 우리나라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중국의 시장 개방과 텅스텐 수출 증대로 경제성이 크게 악화했고, 결국 1994년에 폐광하게 됐다.

최근 상동광산이 다시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텅스텐을 다시 국내에서 생산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자원 안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여전히 중국은 텅스텐의 주요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며, 낮은 생산단가로 높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 생산이 가능해진 것은 핵심광물을 둘러싼 자원 확보 경쟁 심화, 미래 수요 전망에 따른 과감한 자본 투자, 그리고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텅스텐을 채굴하기 위한 기술 확보가 맞물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핵심광물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제언

다행히 우리나라도 핵심광물 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핵심광물의 안정적인 공급 방안과 정책적 지원을 연구하여 2023년 2월에 ‘핵심광물 확보전략’을 발표했고, 2024년 2월에는 자원안보 특별법안을 제정해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 개정안,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안과 함께 이른바 ‘공급망 3법’을 완성했다. 이제 남은 것은 수립한 전략을 효과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과 예산 투입이 필수적이다.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기본계획과 로드맵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예산을 마련해 핵심광물 확보전략을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이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주요국의 정책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핵심광물 공급망의 다변화를 위해서는 국제공조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양자 협력도 중요하지만, 복잡한 광물 공급망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다자 협력을 중심으로 전략을 펼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과정에서 광물자원 개발과 재활용 기술력이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즉, 부존자원이 부족하더라도 자원 개발과 재자원화 기술을 확보하면 이를 바탕으로 협력 의제를 확대할 수 있다. 따라서, 핵심광물 개발 및 재자원화 기술 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세계 13위권의 경제력을 가진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기술과 인적자본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술과 인적자본은 핵심광물 확보 전쟁의 시대에서도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