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PER Special
Issues & Trend
HY Insight
Research
Headline

VR · AR에서 촉각을 재현하는
무선 햅틱 인터페이스 개발

융합전자공학부 정예환 교수

  • 글 이연주
  • 사진 손초원
정예환 교수 연구팀이 가상현실과 확장현실에서 실제 촉각 반응을 일으키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원격의료 분야에서도 높은 활용도를 보일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자 지원사업과 한양대학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는 전자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 IF 33.686)』에 게재됐다.

피부 부착 가능한 무선 햅틱 인터페이스

“현재까지 개발된 햅틱 인터페이스는 가상의 사물을 집거나 버튼을 누르는 인터렉션을 위해 손에서 촉각을 느끼게 하는 햅틱 장갑 형태입니다. 손을 넘어서 전신에 인공촉각을 제공하는 기술 개발은 더딘 상태죠.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백 개의 미세 촉각 전달 소자를 고밀도로 배열하고, 복잡한 시 · 공간적 패턴의 가상촉감을 신체 모든 부위에 걸쳐 제공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피부 조직 아래에서 촉각을 느끼게 하는 기계수용체는 주파수 대역에 맞춰 진동에 빠르게 반응한다. 이 때문에 사용자는 진동 강도에 따라 다양한 촉감을 전달받을 수 있다. 다만 기존의 촉각재현기술은 주로 조끼 형태의 웨어러블 프레임을 취하거나 수십 개의 촉각 전달 소자를 드물게 장착한 형태로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촉감을 모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뿐 아니라 기존의 햅틱 인터페이스는 배선으로 결합되어 대형 배터리 팩 등 부피가 큰 부품이 장착돼 사용자 이용에 제약이 크고 응용성과 몰입도가 매우 떨어졌다. 정예환 교수는 얇고 가벼우면서도 안정적인 초경량 피부 밀착형 햅틱 인터페이스 개발에 성공했다.

“유연 소자 기반 촉각재현기술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에서 활발히 연구하고 있는 유망기술입니다. 생체 의료기기나 웨어러블 기기에도 접목할 수 있죠. 이를 위해선 무선 기능이 꼭 필요한데, 도입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에 햅틱 인터페이스를 몸에 착용한 상태에서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무선으로 촉각을 컨트롤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기존 기술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선형에다 신축성을 갖춰 피부에 밀착시킬 수 있게 고안된 햅틱 인터페이스는 진동 액추에이터의 포인트 간격을 조밀하게 배열하고 온몸의 기계수용체가 최대한 자극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무엇보다 손에 국한되던 기존의 인터페이스를 전신용으로 확대해 촉각을 극대화한 것이 본 기술의 특장점이다. 이러한 전신용 무선 햅틱 인터페이스는 터치스크린 기반의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웹브라우저를 통해 무선 형태로 촉감 패턴을 재현하고 전달한다.

비대면 일상 속 플랫폼의 한계 극복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상 유지에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특히 오프라인 모임에 제약이 생기며, 화상 채팅에 기반을 둔 소프트웨어 플랫폼에서 만남이 이루어졌죠. 그러면서 시·청각 기반 플랫폼의 한계를 느꼈고, 본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정예환 교수가 한양대에 부임한 2021년은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몸살을 겪는 시기였다. 시·청각 기반의 가상현실에서 강의를 진행하며 플랫폼의 한계를 절감한 정예환 교수는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실제 같은 몰입도와 체감 효과를 전달하는 촉각 경험 연구를 추진했다.

“메타버스를 포함한 가상현실 기술은 소셜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의학, 인터페이스, 교육을 아우르는 강한 응용력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현대 기술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죠. 다양한 산업군에서 VR과 AR의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촉각재현기술은 몰입형 체험과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용자에게 매우 크게 기여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햅틱 인터페이스가 가진 생생한 촉감과 정보 전달력은 메타버스 상에서의 사용뿐만 아니라 시·청각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다양한 서비스 산업군에도 활발히 응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예환 교수 연구팀은 지도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도로 안내 정보를 비롯해 복잡한 음악 노트와 빠른 BPM을 촉각 패턴으로 변환하는 기능 구현에도 성공했다. 또한 로봇 보철 제어를 활용한 절단 환자 감각 대체로 의료기술 분야에서 잠재성을 증명했다. 정예환 교수는 이런 성과에 머물지 않고, 한 단계 더 진보된 기술 개발을 위한 목표와 과제를 수립했다.

“대부분의 촉각 전달 기술이 진동 기반의 햅틱에 의존하기 때문에 진동을 제외한 거칠기, 강도, 밀도, 압력과 온도 등 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촉감을 구현하기에 매우 제한적인 실정입니다. 현재 상용화된 진동 기반 시스템을 넘어 피부의 촉점, 압점, 통점, 냉점과 온점을 모두 자극하는 피부 부착형 다기능 인터페이스 개발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예환 교수 연구팀은 완벽한 촉각 전달을 위해 다양한 촉각 모방이 가능한 햅틱 액추에이터를 개발하고 이를 통합하는 기술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더불어 메타버스 콘텐츠의 체험을 실용성 있게 구현하는 하드웨어 인터페이스를 개발해 가상에서 현실 세계를 완벽히 재현하기 위한 연구를 거듭하는 중이다.

정예환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얇고 가벼우면서도 안정적인 초경량 피부 밀착형 햅틱 인터페이스.

생체 조직과 반도체 소자 간 기계적 불일치 해결

유연 소자 반도체 개발을 비롯해 생체 의료기기,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 개발과 응용 연구를 활발히 추진해 온 정예환 교수는 딱딱하고 부피가 큰 하드웨어의 한계를 넘어 유연하고 신축성 있는 소자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지속해 왔다. 이런 발자취는 이번 무선 햅틱 인터페이스 개발에 원천 소스가 되어 연구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인류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공학 문제를 찾아 해결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현재는 고성능 유연 소자, 생체 전자기기 및 생분해성 전자장치를 위한 새로운 반도체와 시스템 제조 기술을 연구하고 있죠.”

정예환 교수는 유연 전자 소자 기술을 통해 인간의 생체 조직과 기존 반도체 소자 간의 기계적 불일치를 극복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양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융합전자공학부, 심장내과와 한 팀을 이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으로부터 연구를 수주하여 전파연구소(RRC)를 설립하였고, 이식형 의료기기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도 시작했다.

“웨어러블 전자기기가 보편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전자약 같은 생체 이식형 기기도 일상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다만 기존의 딱딱하고 휘어지지 않는 소재와 기술의 한계는 아직 극복해야할 과제이죠. 유연 소자 원천기술을 통해 새로운 웨어러블, 생체이식형 기기 개발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정예환 교수는 현재 연구 중인 생체 이식형 기기 개발과 햅틱 기술 개발에 있어 연구 주제는 물론 상용화를 이루기까지 넘어야 할 허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연구를 거듭하고 도전하는 연구진이 있기에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 혁신 기술을 통해 인류의 진보를 꿈꾸는 정예환 교수와 젊은 연구진이 만들어갈 새로운 미래를 주목해보자.

인류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공학 문제를 찾아 해결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융합전자공학부 정예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