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oll Down
Q주요 연구 분야 및 그동안 어떤 일을 해오셨는지 말씀해주세요.
A지난 20년간 디스플레이, 반도체 소자 분야를 연구해왔는데, 실리콘 반도체가 아닌 산화물 반도체 소자를 개발하고 있어 다소 생소할 수 있습니다. 산화물 반도체는 LG 시그니처 OLED TV에 스탠다드 소자로 탑재되고 최신 스마트폰 AMOLED 디스플레이에 적용되는 산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물질입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삼성SDI(현 ‘삼성디스플레이’) 중앙연구소에서 산화물 반도체 소자 개발 과제 연구 책임자로 일하며 2008년 세계 최초로 ‘12.1인치 WXGA급 산화물 반도체 기반 AMOLED 노트북 시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바 있습니다.
Q교수님께서 이끌고 계신 ‘반도체나노소자 연구실(이하 연구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우리 연구실은 제가 2009년 인하대학교에 임용되면서 설립됐고, 2015년 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부로 옮겨 현재까지 14년간 총 45명의 석박사를 배출했습니다. 초기에는 저희 연구가 최첨단 AMOLED 디스플레이 소자와 관련성이 높아 졸업생들이 LG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양사에 많이 진출했습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기업으로도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박사과정 11명, 석사과정 13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 중 4명은 LG디스플레이 학위파견 엔지니어로 산학 인적 교류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Q연구실에서는 주로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요?
A두 가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데,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자와 3차원 반도체 소자입니다. AMOLED 디스플레이 구동 소자인 산화물 반도체는 초기에 성능, 신뢰성 등 많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특히 TFT(박막 트랜지스터) 소자의 이동도를 높이는 방향이 제품 신뢰성을 저하시키는 상호모순적인 문제를 일으켜 새로운 채널 구조, 결정화 등을 제시했습니다. 현재 OLED 제품에 일부 채용되고 있으며, 산화물 TFT 소자의 신뢰성 저하 기제를 근본적으로 규명하는 연구를 통해 제품 양산에 크게 기여한 바 있습니다.
중국의 거센 도전을 받는 디스플레이 분야는 크기와 모양을 자유 자재로 바꿀 수 있는 ‘스트레쳐블 디스플레이’와 같은 미래형 디스플레이 기술이 요구됩니다. 이에 따라 늘어나도 작동이 가능한 TFT 소자 응력설계 및 재료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CMOS TFT로 연구 분야를 확대해, 과학적 난제인 p-채널 물질 연구부터 CMOS TFT 소자를 이용한 로직 응용을 본격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가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디램(DRAM), 낸드(NAND) 분야에 대한 산학과제 및 국책과제도 수행 중입니다.
Q최근 2차원 반도체 소재가 적용된 세계 최고 수준의 ‘p-채널 트랜지스터’ 소자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A투명한 p형 산화물 반도체 소재 개발은 30년 이상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과학기술 난제입니다. 본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에 선정돼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총연구비 14억 원을 지원받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탄탈늄(Ta)이라는 전이금속에 산소와 질소 음이온을 합금 형태로 합성해 우수한 물성을 갖는 신소재 탄탈늄질산화물(TaON)을 개발했는데, 질소와 산소의 약한 결합으로 재현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해 크게 좌절했습니다.
결국 과제는 실패했지만 음이온 오비탈 중첩 후보 원자로 5족 질소 대신 6족 셀레늄(Se), 텔루늄(Te)을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텔루 늄산화물(TeO)이라는 물질의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이후 최적화 과정을 거치면서 2차원 반도체 형태의 육방정계 텔루린이 세계 최고 수준의 홀 이동도, 점류 점멸비를 구현할 수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본 연구 성과는 네이처의 자매지인 『npj 2D 머티리얼즈 앤 애플리케이션(npj 2D Materials and Applications)』 2022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 p-채널 트랜지스터는 제조공정이 기존 CMOS와 호환되면서도 하부 실리콘 칩의 성능을 저하시키지 않는 저온 공정이 가능해 향후 3차원 기반의 디램, 낸드, 시스템 반도체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Q지난 2020년에는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자유자재로 크기를 바꿀 수 있는 ‘스트레쳐블 트랜지스터’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으셨습니다. 후속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A스마트폰, PC, TV 등은 대부분 딱딱하고 강한 결합력을 갖는 실리콘, 실리카와 같은 무기재료로 구성돼 있습니다. 늘어나는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성형성이 우수한 유기재료를 적용해야 합니다. 불행하게도 유기 반도체에는 OLED 소자를 구동할 수 있는 충분한 이동도를 갖고 있지 못하고, 전기적 신뢰성이 열악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본 연구는 높은 이동도를 갖고, 게이트 절연체로는 이산화규소(SiO 2 ) 대신 PVP-PMMA라는 폴리머를 적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길이를 3배로 늘리더라도 TFT 특성이 유지되는 ‘스트레쳐블 트랜지스터’ 구동이 가능함을 제시해 2020년 2월 소재 분야 세계적인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너럴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 IF = 19.924)』에 게재됐습니다.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폴더블폰은 롤러블을 거쳐 궁극적으로 스트레쳐블 디스플레이로 진화할 것이므로 해당 기술은 스트레쳐블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핵심 개념이 될 것입니다. 현재는 LG디스플레이 인큐베이션 과제 지원을 통해 링클(Wrinkle) TFT 소자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연구실의 경쟁력은 무엇인지, 세계 수준과 비교했을 때 연구실의 연구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산화물 반도체 소자 분야는 학문적으로 전자공학과 화학공학, 재료공학의 접점에 위치해 있습니다. 연구실의 장점은 ‘진정한 융합’에 있죠. 60% 정도가 전자공학 전공자이고 나머지는 재료, 화학, 물리 전공 이수자입니다. 저의 지도 철학은 전자공학 전공자도 재료공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첨단 반도체 소자, 공정 설계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우리 연구실은 물질 설계, 공정부터 소자 집적 및 TCAD 시뮬레이션까지 전 주기적 관점의 깊이 있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산화물 반도체 분야에서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선두그룹에 속한다고 자부합니다. 디스플레이 분야 세계 3대 국제학회인 SID, IDW, IMID에서 해마다 초청 강연을 요청받고 있으며, IF 10 이상인 상위 5% 수준의 SCI 저널에 꾸준히 양질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Q현대를 ‘반도체 시대’ 혹은 ‘규석기 시대’라고 부를 만큼 반도체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A미-중 패권 경쟁과 이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GVC) 재편이 맞물리면서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이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디램, 낸드 메모리 분야에서 초격자 기술 경쟁력을 갖고 있으나,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여전히 비교열위에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뛰어난 인재가 많이 나와야 합니다. 국가적인 관심과 투자가 절실합니다. 우수한 본교생이 우리 대학 반도체 유관 분야 대학원에 많이 진학하길 바랍니다. 이와 더불어 정부와 산업체로부터 대규모 펀딩을 유치해 장학금 지급을 확대하고 연구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정부-기업-대학 간의 다양한 공동의 노력이 이뤄져야 합니다.
Q마지막으로 향후 연구실 운영 계획 및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A4차 산업혁명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인공지능, 5G 통신, 자율주행, AR/VR 등 신사업을 꽃피울 기반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산업체와 활발한 소통을 바탕으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차세대 반도체 소자 기술을 연구하려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문적 식견을 보유한 석박사급 인력을 양성하고 사회에 배출하는 선순환으로 한양대의 발전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또 올해 9월부터 제가 융합전자공학부 학부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습니다. SK하이닉스 계약학과가 2023년부터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우수한 커리큘럼과 신임 교수 임용을 위해 노력하며, 우리나라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계획입니다.
“우리 연구실은 다양한 종류의 소재와 소자를 개발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매우 수준 높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계와 산업계,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학문적 지식을 심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반도체 · 디스플레이 산업의 생생한 이슈를 접할 수 있습니다. 제가 주력으로 연구하고 있는 p-채널 반도체 소자는 산화물 반도체와 비교해 아직 먼 미래의 기술입니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파급력이 클 것으로 기대됩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연구해 미래 반도체 기술을 앞당기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정재경 교수님은 산화물 TFT의 전문가이자 선두주자이십니다. 저는 현재 LG디스플레이에 재직 중인데, 기존의 비정질 실리콘(a-Si)이나 저온 다결정 실리콘(LTPS)을 대체하고 주류가 될 옥사이드 하판(Oxide Backplane)에 대해 배우고자 학위파견 제도를 활용해 연구실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연구실의 분위기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외유내강’일 것입니다. 서로 연구 결과와 실험 과정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며 스스럼 없이 지내는 동시에, 자신이 진행하는 연구나 과제에 대해서는 책임을 다하고 논문으로 실력을 보여주는 연구실이라 생각합니다.”
“자율적인 연구 문화와 더불어 연구 분야의 비전이 밝다는 것이 우리 연구실의 큰 장점입니다. 최근 우리 연구실이 좋은 성과를 보인 산화물 반도체는 그 응용처가 지속해서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응용 분야를 직접 연구해볼 수 있다는 것은 대학원생으로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제 목표는 연구 단계에서 벗어나 일반인들이 체감하고 실생활에 구현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제가 연구 중인 산화물 반도체는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눈으로 느낄 수 있는 디스플레이 분야에 많이 활용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연구 분야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