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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교수님께서 이끌고 계신 ‘보안 및 프라이버시 연구실’(이하 연구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한양대에 처음 부임한 2008년부터 2015년까지는 내장형 시스템 디자인 자동화를 연구했습니다. 그러다 2015년 영지식 증명에 관심을 두게 돼 암호학으로 연구 분야를 전환했고, 연구실명도 현재와 같이 변경했습니다. 기존 연구실에 있던 3명의 연구원과 함께 시작했는데 어느덧 2명의 박사를 배출했고, 현재는 박사과정 6명, 석박사통합과정 2명, 석사과정 2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은 영지식 기술(zk-SNARKs) 기초 기술과 블록체인 적용 기술(프라이버시 및 성능 확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영지식 증명 및 암호 기술을 활용해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연구실에서는 주로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요?
A우리 연구실은 영지식 증명 기반 기술, 블록체인 기술, 블록체인에서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으면서 사용할 수 있는 개인정보 보호 기술, 블록체인 성능 확장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연구 내용이 어렵다고 여길 수 있지만 전자서명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전자서명 기술이 확장된 버전이 영지식 증명 기술이라고 보면 됩니다.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증명을 생성할 것인가, 그리고 이 기술을 실생활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연구합니다. 현재 △암호화 및 영지식 증명 기반 고성능 블록체인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 개발 △고성능·대용량 트랜잭션 지원 블록체인 확장성 기술 연구 △하드웨어 중심 신뢰 계산 기반과 분산 데이터 보호 박스를 위한 표준 프로토콜 개발 △대규모 노드에서 블록 단위의 효율적인 거래 확정을 위한 최종성 보장 기술 개발 등 다수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제를 비롯해 여러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CES 2023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온라인 투표시스템 ‘zkVoting’으로 사이버보안·사생활보호 부문 최고 혁신상(Best of Innovation)을 받으셨습니다. 해당 연구를 하게 된 계기와 특장점에 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선거 때마다 개표 이후 신뢰성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보고 이를 해결할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연구하는 프라이버시 보호 영지식 증명 기술이 가장 필요한 분야가 바로 선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의 투표가 개표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불신을 야기하므로, 공개된 게시판에 자신의 투표가 반영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죠. 이런 게시판 역할을 해주는 것이 바로 블록체인입니다. 그리고 비밀이 보장되면서도 개개인이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 영지식 증명 기술입니다. 투표 결과를 누구나 검증할 수 있기에 선거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죠. 본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서 2년 전 ‘지크립토’라는 연구실 창업기업도 창업했습니다.
QzkVoting 상용화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AzkVoting은 이미 상용화돼 누구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한 방송국에서도 도입 의사를 밝혀 와 현재 협의 중이죠. 시청자 투표로 우승자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 운영 시 활용하고 싶다고 합니다. 각급 학교의 학생회장 선거, 여론조사, 부재자 투표, 기업체의 주주총회 등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투표 시스템 개발에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오는 8월 2.0 버전을 출시할 계획인데 대량 트래픽을 지원하고, 사용자가 조금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 환경을 개선할 예정입니다.
Q디지털 자산 익명거래 서비스 시스템 ‘Azeroth’도 CES 2023에서 사이버보안·사생활보호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았습니다. 이를 비롯한 연구실의 기타 성과를 말씀해주세요.
A공개 블록체인에서 세계 최초로 익명성과 함께 감사를 지원하는 디지털 자산 거래 지갑 앱 Azeroth는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모의실험 사업에 공급했습니다. 그 외 금융업계에서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한편, 물류 분야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을 통해 서플라이 체인을 관리하면 참여업체들이 경쟁사에 자사의 정보가 유출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므로 탄소 배출, 정품 인증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Q블록체인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또 해당 분야에서 연구실이 어떤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하십니까?
A블록체인은 ‘프라이빗 블록체인’과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프라이버시를 중시해 주로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프라이빗 블록체인에는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외부에서 내용을 읽지 못하기 때문에 신뢰할 만한 근거가 없는 셈이죠.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는 것과 차이가 없어 프라이빗 블록체인 시장은 쇠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모든 내용이 공개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이 주력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프라이버시 문제가 발생합니다. 향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웹3로 전환하려면 이 프라이버시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만 합니다. 우리 연구실은 이에 대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응용력까지 갖춘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연구실입니다. 기술 난이도가 매우 높아 쉽게 참여하기 어렵지만 우리 연구실의 일원이 되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죠.
Q블록체인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더불어 세계적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여쭙고 싶습니다.
A현재 우리나라 블록체인 관련 분야는 굉장히 분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SI(정보시스템 통합) 사업을 하거나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코인을 발행해 백서를 만드는 두 가지 분야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렇게 적용 분야가 한정적이다 보니 해외에 비해 경쟁력이 높지 않습니다. 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암호 기술과 소프트웨어, 두 가지 모두에 정통한 연구자를 확보해야 하는데 그런 연구자가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재 양성이 시급합니다. 이런 취지에서 몇몇 연구자들과 뜻을 모아 영지식증명연구학회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Q마지막으로 향후 연구실 운영 계획과 앞으로의 목표에 관해 말씀해주세요.
A영지식 증명 기술을 블록체인에 적용해 프라이버시와 성능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이 분야에 대한 사회적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연구 인력들을 꾸준히 배출하는 것도 우리 연구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연구에만 그치지 않고 개발한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우리 연구실의 가장 큰 장점은 교수님께서 장려하시는 수평적인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연구원들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연구에 있어 교수님께서 먼저 답을 알려주기보다 연구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도해줍니다. 한 명의 연구자로서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는 것이죠. 앞으로 영지식 증명 분야를 선도하는 연구자가 되겠습니다.”
“연구실 분위기가 좋고 연구 주제가 흥미롭게 느껴져 연구실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사실 암호학, 특히 영지식 증명이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매우 생소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만큼 본인이 열심히 노력하면 경쟁력을 갖추기 좋은 연구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응용 연구를 통해 블록체인의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최신 사회 트렌드에도 부합하는 일이라 더 매력적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블록체인 프라이버시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미약하게나마 일조하고 싶습니다.”
“학부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을 무렵 연구실 학부 인턴을 하며 교수님과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암호학에 대해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죠. 인성이나 지도방식 면에서 교수님께 배울 것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연구실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저는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떠한 것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현재 배우고 있는 영지식 증명에 대한 새로운 이론 체계이든, 영지식 증명을 응용한 시스템이든 세상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