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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과 성능 향상
웨어러블 소자의 핵심 문제 개선

바이오메디컬공학전공 최창순 교수

  • 글 박영임
  • 사진 안홍범
웨어러블 시장은 발전이 기대되는 유망한 산업 분야다. 웨어러블 시스템의 빌딩 블록에 사용되는 섬유형 소자는 2개의 전극으로 구성되는데 그 구성 방법이 섬유 소자의 성능을 크게 좌우한다. 이중나선-주름 구조라는 새로운 구조의 다기능성 섬유 소자를 개발한 최창순 교수를 만나 이번 연구의 내용과 의의를 짚어봤다.

의류와 과학 기술의 만남

영화 <킹스맨>의 주인공은 영국 신사의 매너를 장착하기 위해 멋지게 슈트를 차려입는다. 하지만 영화 속 세상에서는 신사의 슈트가 아니라 평범하지 않은 ‘슈트’가 더 많이 등장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영화 <레디 플레이 원>에서는 가상 세계 속 아바타를 구현하기 위해 ‘X1 슈트’를 입고, <아이언맨>은 공격력을 증강하기 위해 ‘아이언맨 슈트’를 입는다. 공학자답게 <레디 플레이 원>과 <아이언맨>을 감명 깊게 봤다는 최창순 교수는 이러한 슈트들이 하루속히 현실에서 실현될 날을 고대하며 웨어러블을 연구하고 있다.

“의복은 의식주 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으로, 제2의 피부라 불릴 만큼 인류의 기원과 함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한, 방열, 문화, 패션 등 일차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데 그쳤죠. 최근 IoT 등 과학 기술의 발달로 옷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웨어러블 기기는 현재의 의류처럼 착장하는 형태도 있지만 문신처럼 피부에 새기거나 임플란트처럼 몸속에 장착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될 수 있다. 그런데 그 형태가 어떠하든 전력을 기반으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그래서 웨어러블 섬유 소자는 2개의 전극으로 구성되는데, 이 2개의 극이 서로 접촉하면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거나 폭파의 우려까지 있어 반드시 떨어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웨어러블 섬유 소자의 크기가 머리카락 정도의 굵기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이렇게 작은 부피 안에서 두 전극이 접촉하는 전기적 단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웨어러블 섬유 소자의 선결과제였다.

“웨어러블 응용 특성상 착용자의 움직임에 의해 섬유가 휘어지거나 늘어나는 등 다양하게 변형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2개의 전극이 서로 붙지 않으면서 제 기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평행구조나 동축구조, 꼬임구조 등 기존의 전극 구조는 공간 효율성 및 내구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섬유에 외부 충격이 가해졌을 때 2개 전극 간에 전기적 단락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중나선 구조(Double helix)를 도입했습니다.”

이중나선-주름 구조 개발

최창순 교수가 개발한 이중나선 구조는 두 가닥의 주름진 탄소나노튜브 리본을 하나의 탄성 고무 섬유 표면에 이중나선 형태로 감싸 굽힘이나 신축 등 다양한 기계적 변형에도 전기적 단락이 발생하지 않는다. 흔히 이중나선 구조라 하면 DNA 분자 구조를 연상하기 쉬운데, 바로 그 DNA 구조에서 영감을 얻었다.

“어느 날 우연히 바이오 관련 저널을 보다가 DNA 분자 구조 모형을 보고 이것을 전극 구조에 응용하면 단락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중나선 구조는 두 가닥이 마주 보고 있지만 항상 평행선을 그리기 때문에 서로 만나지 않는 매우 독특한 구조입니다. 1년 반 정도의 연구 끝에 기존에 제시된 바 없는 이중나선 구조로 전극을 만들어 매우 안정적이고 성능이 뛰어난 섬유 배터리 및 센서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고무가 두 전극 사이에서 분리막 역할을 하는 동시에 신축성을 높여 다양한 움직임에도 전기를 저장하는 기능이 저하되지 않는다. 게다가 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 물질(두 전극)의 표면도 주름 구조로 이뤄져 있어 잘 늘어난다. 그래서 유연성이 요구되는 웨어러블 섬유 소자에 더욱 적합하다. 이렇게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전극 구조로 안전성과 성능까지 높인 우수한 웨어러블 섬유 소자를 개발했으나, 저널에 게재되기까지는 말로 못다 할 사연이 있다.

“새로운 제안이다 보니 논문 심사위원들이 처음에는 연구 결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거절 결정을 내렸습니다. 보통은 저널의 통보에 따르기 마련인데 그대로 포기할 수 없더군요. 그래서 6개월에 걸쳐 논문보다 더 많은 분량의 보강자료를 준비해 심사위원들을 이해시켰습니다.”

그러한 노력 끝에 본 연구 결과는 지난 3월 재료과학 분야 국제 저명 학술지인 『어드밴스트 펑셔널 머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미래 스마트 섬유 기반 웨어러블 기기

배터리 및 무선 충전 기능 탑재
  • 직물 형태의 배터리 기반 웨어러블 무선 충전 시스템
  • 주머니 형 배터리를 활용한 무선 충전 시스템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능 탑재
  • 체온, 혈압, 심박수, 혈당 등 다양한 신체 정보를 측정할 수 있는 loT 기반 웨어러블 센서
로보트처럼 스스로 움직이는 직물 형태
  • 착용자의 체형에 맞춰 스스로 움직이며 사이즈가 조절되는 의류
  • 외부 환경에 따라 기공을 조절, 체온을 조절하는 시스템
  • 큰 힘을 낼 수 있는 착용형 웨어러블 액츄에이터(아이언맨)
외부 환경으로부터 전기에너지 수확
  • 열, 습도, 기계적 운동 등 다양한 외부 환경에서 스스로 전기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발전 특성
다양한 웨어러블 센서 기술 적용
  • 가스 누출, 화재, 심정지 등 위험 상황을 재빨리 인지할 수 있도록 돕고 골든 타임에 적절한 초동 조치를 할 수 있는 웨어러블 센서 기술

이중나선-주름 구조 기반의 일체형 섬유 시스템

최창순 교수는 DNA 분자 형태에서 영감을 얻어 이중나선-주름 구조라는 새로운 구조의 다기능성 섬유 소자를 개발했다.
최창순 교수는 옷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해 인간의 삶을 더 윤택하게 할연구들이 점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 섬유 기반 신산업 기대

“이번 연구 결과가 향후 다양한 웨어러블 섬유 소재 및 소자 기술이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특히 이번 연구는 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 및 슈퍼커패시터 기능뿐만 아니라 외부 충격에 의해서 섬유가 변형되는 정도를 알 수 있는 일종의 센서 기능도 같이 수행함으로써 다기능성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한 가닥의 섬유가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스마트 기능을 연구하는 데 초석이 되길 희망합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개발된 기술을 산업 현장이나 실생활에 적용하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옷을 입으면 착용자의 체형에 맞게 스스로 사이즈를 조절해 준다든지, 주머니 속에서 전자기기를 충전해 주는 스마트 의류 구현이 가능하다. 또 심박수, 혈압, 체온, 혈당 등을 모니터링하고 이상이 발견되면 스스로 응급처치를 하거나 응급호출을 하는 웨어러블 의료기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 모션 트래킹 슈트에도 도입할 수 있는데, VR 등과 같은 가상 체험이나 게임 분야에서 센서 기능이 구현된 슈트를 착용하고 움직이면 실감도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실로’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한 최창순 교수는 웨어러블 장비를 개발하는 업체와 협업해 직접 사업화에 뛰어들 계획도 갖고 있다. 5년 이내에 시제품 제작이나 상용화에 이르는 것이 목표다. 최창순 교수는 영화 속에서나 보았던 웨어러블 센서 기술이 적용된 슈트를 현재 기술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스타트업이 한창 성장하고 있어 게임, VR, 의료 등 실생활에 밀접하게 사용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양대 학생들에게도 그 문을 두드리고, 도전해, 성취할 것을 당부했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시대는 대변혁의 시대입니다. 특히, 과학기술의 드라마틱한 발전으로 우리가 꿈꾸던 것을 실제 이룰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죠. 예전에는 상상만 하던 기술들을 현대에는 공학적으로 구현할 수 있고, 스타트업을 설립해 실제 제품화까지 이룰 수 있습니다. 도전의식을 갖고 연구 개발에 힘을 쏟는다면 반드시 해당 분야에서 부를 창출할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