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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기능 유지에 필수적인
호르몬 건강을 지키려면?

  • 글 의학과 유성훈 교수(한양대학교구리병원 내분비대사내과)
  • 일러스트 박하영
호르몬은 우리 몸의 생리적 기능과 항상성 유지에 필수적이다. 거의 모든 생명현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성장과 발달, 조직 기능, 호흡, 소화, 대사, 배설, 수면, 운동, 수유, 생식 등은 물론이고 감각 인지와 스트레스, 희로애락의 감정에도 관여한다. 우리의 신체를 원활히 움직이게 하고 건강을 좌우하는 호르몬에 대해 알아보자.

내분비계에서 생성되는 화학물질 ‘호르몬’

호르몬은 신체의 내분비계에서 생성되는 화학물질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주요 내분비 기관으로는 전신의 내분비계를 총괄하는 뇌하수체와 갑상선, 부신, 췌장, 난소, 정소 등이 있다. 그 외의 다양한 기관에서도 수많은 호르몬이 분비된다.

호르몬은 혈액 속으로 분비돼 특정한 표적기관 수용체와 결합해 반응하는데, 주로 대사 과정에 관여해 대사의 속도를 조절하고 생체 내 항상성을 유지하게 한다. 주변 상황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생체 내부는 늘 일정한 상태로 조절돼 생명을 유지해야 한다. 이렇게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다양한 변수를 정확히 인식해야 하고, 이에 대한 내부의 대응 능력들이 활성화돼야 한다. 또 변화하는 변수들과 그에 맞는 대응 능력 간의 조절 역시 섬세하고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

당뇨병과 갑상선 질환이 대표적인 호르몬 질환

당뇨병은 대표적인 호르몬 질환이다. 췌장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분비가 잘 안되거나, 분비돼도 제대로 작용하지 못해 체내에 고혈당이 지속되는 병적인 상태다. 2020년 기준으로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16.7%)이 당뇨병을 가지고 있고, 65세 이상이 되면 10명 중 3명(30.1%)이 당뇨병으로 진단된다.

혈당이 높아지면 당뇨병의 3대 증상이라고 하는 다음(多飮), 다식(多食), 다뇨(多尿)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어 당뇨병인지 모르고 지내다 뒤늦게 진단받는 경우도 많다. 당뇨병은 혈액검사로 손쉽게 진단되므로, 35세 이상의 성인과 위험인자가 있는 19세 이상 성인은 매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위험인자로는 과체중 혹은 비만(복부비만 포함), 가족력, 당뇨병 전단계의 진단력, 고혈압 혹은 심혈관질환력, 임신성당뇨병이나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는 특정약물 사용력 등이 있다. 치료는 경구혈당강하제, 인슐린 주사제, 인슐린 외 주사제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

갑상선은 목 앞부분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기관으로 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한다. 호르몬이 과다하게 나오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이 발생하는데, 갑상선호르몬은 신체 거의 모든 조직 및 장기에 작용하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주로 대사를 높이는 작용을 하는데, 에너지 소모를 높여 식욕이 증가하며 음식섭취는 늘지만 체중이 감소하게 된다. 심장이 빨리 뛰어 불안하고 과민해지며, 손발이 떨릴 수도 있다. 집중력이 저하돼 업무수행 능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여성에서는 월경이 불규칙해지며 무월경이 생기기도 하고, 남성의 경우에는 성기능 저하가 동반돼 임신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드물게 눈이 튀어나오는 안구 돌출 증상도 있는데 이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의 합병증이기도 하다. 갑상선호르몬 질환도 혈액검사로 쉽게 진단되며, 보통 항갑상선제로 치료한다. 치료가 어려운 경우에는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하기도 한다.

반대로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하면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발생한다.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하면 대사의 속도가 떨어지고 몸의 모든 기능이 저하된다. 증상은 매우 다양하나 대부분 특이한 것이 없다. 기능항진증 증상과 반대일 것 같으나, 실제로는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다. 환자들은 피로하다고 내원하지만 기능저하증으로 진단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조금 피로하고 손발이나 얼굴이 붓고, 소화가 잘 안되면서 변비가 생기는 경우 등 다른 질병에서 나타나는 증상과 구별이 쉽지 않다. 따라서 우연히 진단되는 경우가 많으며, 갑상선호르몬을 적절하게 복용하면서 치료할 수 있다.

부신은 양쪽 신장 위쪽에 하나씩 있는 기관이다. 혈압, 당대사, 칼슘대사, 성장, 면역계, 수분, 전해질대사, 성호르몬, 스트레스 호르몬 등의 분비를 담당한다. 부신기능저하증이 생기면 전신쇠약감, 무력증 등이 나타나고 오심, 구토, 저혈압, 저혈당, 전해질 불균형 등이 생길 수 있다. 혈액 검사를 통한 호르몬 농도 측정으로 진단하며, 결핍호르몬에 따른 호르몬 투여 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호르몬 건강 유지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호르몬 건강만을 위한 특별한 팁은 없다. 과하지 않게 골고루 영양을 섭취하고, 꾸준히 운동하며, 질환이 있다면 잘 관리하는 것이 신체의 건강과 호르몬 건강을 유지하는 비법이다.

다만, 주의해야 할 사항은 있다. 외래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너무 많은 건강식품을 복용하는 경우를 마주한다. 환자들에게도 항상 조언하지만, 건강식품은 큰 소용이 없을 뿐 아니라 드물지 않게 호르몬 대사를 방해해 질환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건강식품을 과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