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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패권’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 글 경제금융학부 박춘원 교수
  • 정리 편집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세계 경제가 들썩이는 상황이다. 트럼프가 내세운 고관세 정책은 무역을 위축시키고 수출입을 감소시키는데, 높은 무역 의존도를 가진 우리나라에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정치적 불안정성까지 더해지며 원-달러 환율이 치솟았다. ‘달러 패권’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법에 대해 짚어본다.

전 세계의 핵심 기축통화 ‘달러’

‘달러 패권’이란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이하 달러)의 비중과 역할이 확대돼 달러의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커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여러 나라의 화폐 중 달러가 가장 핵심적인 기축통화(Key currency)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기축통화는 국제 결제의 중심이 되는 통화로서, 국가 간 무역거래 및 금융거래의 지급결제 수단으로 이용된다. 또 그 가치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이 외화보유액으로 축적하거나 국제 상업은행들이 주요 투자자산으로 삼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외환거래의 약 80%는 달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각국 외화보유액의 약 60%는 미국 국채 및 달러 표시 금융상품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달러가 국제금융시장에서 기축통화의 지위를 차지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의 여러 특성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우선 미국의 GDP는 세계 총 GDP의 25%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경제권이며 무역거래 실적도 중국을 제치고 1위를 달리는 상태다. 금융시장의 성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주식시장 규모 또한 전 세계 주식시장의 50%에 육박한다. 이런 경제력뿐 아니라 막강한 군사력과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정치체제를 갖춘 초강대국이기에 미국의 달러가 자타가 공인하는 핵심 기축통화가 된 것이다.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달러 패권

기축통화인 달러의 움직임은 세계 경제 및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달러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달러강세 또는 강달러라고 하는데, 이때는 전 세계의 투자자들이 달러나 달러 표시 자산을 매입하려 하므로 해외자본이 미국으로 몰려든다. 달러약세 시에는 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 이와 같은 국제자본 이동은 세계 각국의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게 된다. 강달러 시기에는 자본이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각국의 주식과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그 나라 기업에 대한 투자자금이 줄어든다. 반면 약달러 시기에는 미국에서 유출된 자금이 전 세계로 퍼져 다른 나라의 자산 가격을 밀어 올리고 거품 현상을 야기하기도 한다.

또한 달러의 가치 변화는 필연적으로 환율 변동으로 이어진다. 달러강세로 달러의 가치가 높아지면 교환 대상 통화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대미 달러 환율은 상승한다. 예를 들어 2024년 초 1294원에서 시작한 원-달러 환율이 연말에는 1478원으로 급등했는데, 이는 원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14.2%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그동안의 강달러 추세로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뿐 아니라 엔(-9.67%), 유로(-5.11%), 위안화(-1.85%) 등 주요국의 통화가치가 하락한 바 있다.

최근 강달러 현상의 근본적 원인은 미국의 고금리다. 코로나 시기 무제한으로 공급한 달러 때문에 물가가 치솟자 2022년 하반기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기 시작하며 강달러 시기에 돌입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의 경제정책, 미국 경제 호황 등을 감안할 때 미국의 고금리가 쉽사리 내려오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짐에 따라 당분간 달러강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달러 현상 속 한국 경제는?

이와 같은 강달러 현상은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앞에서 보았듯이 다른 통화에 비해 원화 가치가 훨씬 많이 하락하는 등 그 영향이 유독 한국에서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한국 경제의 높은 수출의존도와 최근의 비상계엄 여파에 기인한다. 한국 경제는 GDP 대비 수출 비중이 44%로 세계 평균(29%)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수출 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다른 나라에 비해 더 크게 환율이 상승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12월의 비상계엄 때문에 불안을 느낀 국제투자자들이 한국에서 자본을 이탈시킴으로써 고환율 상태가 됐다.

고환율 현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공존한다.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고환율 즉,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한국 상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져 수출이 늘어나고 무역수지가 개선된다. 그러나 현실 세계는 이론대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은 우리의 수출단가를 높이고 수출물량을 제한시킴으로써 한국의 수출을 억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작성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보편적 관세를 20% 부과하면 최악의 경우 한국은 수출 448억 달러 감소, 경제성장률 0.67%p 하락을 겪게 될 것이라 전망된다.

또 다른 주요 교역 파트너인 중국은 근래 급격한 기술 발전을 통해 한국산 제품수입을 자국 제품으로 대체하는 추세다. 이런 점에 비춰 보면 고환율로 얻은 가격경쟁력의 효과가 수출 증가로 이어질지 미지수다. 오히려 고환율은 원자재 및 에너지 수입물가 상승을 불러와 기업 생산비용 및 전반적인 국내 물가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당장 올해 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2.2%나 상승했는데 이는 고환율의 요인이 크다.

또한 고환율이 되면, 개인이 보유한 미국 주식이나 채권의 가치는 올라가지만, 반대로 한국 기업과 정부가 보유한 달러 표시 외채의 상환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재무상태를 악화시키고, 정부의 재정 부담을 증가시키게 된다. 이 외에도 고환율은 개인의 여행 및 유학비용 부담 가중 등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밀접한 영향을 준다.

강달러와 더불어 미국의 고금리는 한국의 금리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 시기 이후 한국은 소비와 투자가 저조한 경기부진 상태에 있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미국보다 이미 1.75%p나 낮은 한국 금리를 더 낮출 경우 또다시 자본유출 및 환율급등이 우려된다. 결국 미국이 금리를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는 우리나라 금리도 낮추기 어려운 형편이며, 나아가 경기회복도 난망한 상황이다.

달러 패권에 대응해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정책 대응은 크게 단기대응과 장기대응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단기대응과 관련해 무엇보다도 정치권과 한국은행, 기획재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선 정치권은 현재진행형인 정치적 불안을 조속히 종식할 필요가 있다. 아직은 관망 중인 국제투자자들의 신뢰를 잃는 순간 한국의 국제신인도는 추락하고 급격한 자본이탈과 환율급등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국제투자자들의 신뢰 상실이 얼마나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이미 1997년 외환위기를 통해 경험한 바 있다. 그만큼 정치적 안정은 경제안정을 위해서도 가장 본질적이고 시급한 선결 과제다.

또한 외환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은 환율 급변에 대응해 외환시장 미세조정개입과 적절한 외환제도 운용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경제의 기본 여건을 과도하게 벗어나는 공격적 투기 세력으로부터 외환시장을 방어하고 적정 환율을 유지하되, 자칫 외화보유액의 감소가 국제투자자의 ‘낙인효과’를 유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대내외 경제 환경에 맞춰 적정 기준금리를 운영하는 것 또한 한국은행의 소임이다.

재정정책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조속히 추경을 편성해 지금의 경기부진에 대응해야 한다. 소비 및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이 어려운 현 상황에서, 기획재정부는 이를 해결할 유일한 경제 주체다. 한편, 개인이나 기업의 차원에서는 환율 변동에 대응해 환리스크 헤지 상품의 활용도 고려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대외 경제환경의 변화에도 굳건히 버틸 수 있는 강한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기업들은 꾸준한 기술향상 및 경영합리화를 바탕으로 생산성을 제고하고 수출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앞으로 글로벌 공급망 해체, 보호무역주의 대두 등 우리 기업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이를 헤쳐나갈 역량을 조속히 길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뿐 아니라 정부의 역할도 중요한데, 규제 완화 및 기업혁신 활동 장려 등의 정책을 시행함과 동시에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를 주시해 선제적으로 적절한 정책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무역구조 다변화, 국제적인 금융안전망 구축 등을 통해 수시로 발생하는 해외 충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