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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는 기술과 엔터테인먼트(예술), 디자인(감성)이 어우러진 강연회를 개최하는 비영리 재단이다. 1984년 미국에서 창립됐으며 현재는 유럽, 아시아 등까지 확장돼 글로벌 강연회를 펼치고 있다. TED의 강연회는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식을 나누는 지식 콘퍼런스를 표방한다. ‘세상에 알릴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Ideas worth spreading)’가 모토이며, 강연 주제는 과학에서 국제 이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 모든 지식을 아우른다.
TED는 2005년부터 매년 3명을 선정해 TED상을 수여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소망’을 가진 이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지식의 전파라는 TED의 가치에 걸맞게 2006년부터는 TED의 모든 강연을 무료로 인터넷에 올려 전 세계,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게 했다.
TED의 강연자들은 각 분야에서 큰 업적을 이룬 저명인사들이나 화제의 인물들이다. 노벨상 수상자들뿐 아니라 미국 전 대통령인 빌 클린턴, 정치인이자 환경운동가인 앨 고어, 동물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제인 구달, 인기 밴드 U2의 보컬이자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던 보노 등이 강연자로 나선 바 있다.
TED는 호기심 많고, 훌륭한 아이디어를 지닌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배우고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 TEDx 형태의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TEDx에 대한 라이선스와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TEDx는 세계 곳곳의 개별 단체가 독립적으로 추진하는 이벤트다. TEDx 역시 TED와 마찬가지로 영리 목적으로 활동하지 않고, 단지 호기심에서 출발한 경험을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탐색하는 데 의미를 둔다.
국내에도 여러 TEDx가 결성돼 있다. 각각의 기획자(오거나이저)들은 창의력과 혁신, 변화 등의 주제 안에서 TEDx 강연회를 기획, 운영한다. 한양대도 2010년부터 ‘테드엑스한양유(TEDxHanyangU)’를 만들고 매년 관련 프로그램을 이어오고 있다.
TEDxHanyangU는 교수학습센터 산하에 있지만, 학생 운영진이 오거나이저로서 모든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따라서 TEDxHanyangU의 강연은 글로벌 강연회인 TED의 활동 지침을 활용해 한양인들이 직접 만든 것이다. TEDxHanyangU는 건학 정신인 ‘사랑의 실천’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근면 정직한 교양인으로 거듭나는 데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학문적 이론에서 벗어나 심리학, 철학, 과학, 운동, 예술, 종교 등 다양한 실천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라고 묻는다면 나의 답은 두 가지다. 내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는 저자가 되거나 사람들과 내 경험을 나누는 연사가 되는 것. 사실은 둘 다 해내는 것이 욕심쟁이 필자의 최종목표다. 이렇게 나 자신이 콘텐츠가 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전문 분야를 정하고 깊게 이해하여, 그야말로 그 분야를 ‘씹고 뜯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고등학생 때부터 ‘TED’와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강연 프로그램을 즐겨 보면서 내 관심 분야와 관련한 아이디어들을 접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리 학교에서도 TED가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됐고, 자연스레 24회차 TEDxHanyangU 연사섭외팀의 일원으로 첫 오거나이저 활동을 시작했다.
‘나처럼 세상에 궁금증이 많은 사람들이 또 있었다니!’ TEDxHanyangU에서 첫 주제선정회의를 했던 날, 신기한 감정과 함께 터져 나온 감탄의 한마디였다. TEDxHanyangU에서는 매 회차 강연 기획을 위해 다 함께 주제선정회의를 준비한다. 강연의 얼굴이 되는 주제를 선정하는 일인 만큼, 지금 이 세상을 대변하는 여러 아이디어가 모인다. 그러면 행사기획팀과 연사섭외팀이 그중에서 정말 가치 있는 강연 주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아이디어가 무엇일지 고심한다. 더 많은 사람에게 의미 있는 강연을 기획하기 위해 머리 아프게 고민하는 이 시간이 필자에겐 가장 흥미로운 시간이기도 하다.
강연의 주제와 아이디어가 선정됐다면 이제는 연사섭외팀의 시간이다. 앞서 선정한 강연 아이디어를 가장 여러 방면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강연을 통해 사람들이 다방면의 아이디어를 얻어가고 또 다른 지식의 전파가 일어나길 바라는 TED의 정신을 이을 연사를 모시기 위해 고심한다. 그렇기에 연사섭외팀에게 여러 차례의 섭외 실패는 처음엔 절망을 주기도 하지만, 강연 주제에 대해 더 고민하고 연사를 섭외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일례로, 필자는 지난 24회차 ‘메트로놈(Metro, nome); 박자를 타는 사람들’ 강연에서 ‘폭넓고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보아야 보이는 것들’에 해당하는 라르고(Largo)의 속도감을 연상케 하는 연사를 섭외해야 했다. 이때 처음에는 ‘여유’에 주목했다. 여행과 관련한 연사님을 모시기 위해 여행가, 여행작가분들을 떠올리며 접촉을 시도했었다. 그런데 이분들은 정기적인 여행 일정이 있어 메일 답신을 받는 것조차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여행 이야기는 코로나가 끝난 직후에 더 열풍이 일었던 소재이기에, 지금 우리 사회에 주목해 다시 한번 연사 후보를 선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개인주의가 심화된 요즘에도 주변을 둘러보며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정기적인 봉사를 실천하고 계신 분들을 섭외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봉사를 생각하니 가장 먼저 노숙자들을 위한 쉼터 ‘안나의 집’을 운영하고 계신 김하종 연사님이 떠올랐다. 평소 존경하던 연사님이었기에 섭외 메일을 쓰는 일도, 초청장을 작성하는 것도 많은 공을 들였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도 연사님께서 우리 TEDxHanyangU의 취지에 깊이 공감했다며 강연에 응해주시겠다는 답변이 왔다.
김하종 연사님을 처음 뵀던 미팅 날, 연사님께서는 손을 꼬옥 잡아주시며 먼 길 오느라 수고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손에서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는데 연사님의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이 온기가 연사님께 도움을 받은 수많은 사람이 나눠준 게 아닐까 생각했다. 측은지심에 그치지 않고 봉사를 업으로 삼는 것은 어려운 일일 텐데도, 연사님께서 사람들을 통해 그만큼 많은 힘을 얻는다고 말씀해 주셔서 그동안의 생각이 전환되는 계기가 됐다.
이렇게 연사 미팅까지 마치고 나면 다음은 대망의 본강연이다. 본강연 날은 연사를 의전하기 위해 연사섭외팀의 손발이 가장 바쁜 날이다. 24회차 강연 당시에는 다행히 김하종 연사님께서 일찍 도착하셔서 현장 상황을 체크하고 청중들 앞에서 훌륭한 강연을 해주셨다. 강연 후 연사님과 여러 청중이 진심으로 질의응답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연사님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주었다는 뿌듯함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꼈다. 그리고 우리 팀이 섭외한 연사님들이 다 함께 모여 서로의 이야기에 대해 경청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러한 지식 교류의 장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연사섭외의 매력에 빠진 필자는 25회차 연사섭외팀의 팀장을 맡았다. 좋아하는 일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에 감사하며, 25회차 TEDxHanyangU의 첫 행사였던 ‘냥냥톡톡’을 준비했다. 냥냥톡톡은 본교 IC-PBL 센터와 협업해 진행한 행사로, 재학생이 후배들에게 학교생활 꿀팁을 알려주는 강연이었다. 그동안은 공신력 있는 유명 전문가들을 섭외했는데 이번에는 재학생 연사를 섭외해야 했기에, 2차에 걸친 선발 과정을 거쳐 강연 능력이 뛰어난 재학생분들을 모시고자 했다. 기존과 연사 구성이 달라지는 것에 우려했던 것도 잠시, 면접 과정에서 정말 대단한 커리어를 쌓아온 연사님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한 본강연까지 멋지게 해내신 연사님들을 보며 나도 훗날 후배들 앞에서 나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연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25회차 TEDxHanyangU 연사섭외팀은 오는 11월 5일 펼쳐질 본강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팀원으로 진행했던 연사섭외와는 또 다른 느낌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매력적인 일을 또 한 번 해낼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뛴다. 이번 강연을 통해서도 다양한 아이디어의 전파가 일어나길 바란다. 또 많은 한양인이 TEDxHanyangU의 강연장을 찾아주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