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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K 씨는 반복적인 하복부 통증과 잦은 설사로 병원을 찾았다. 그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는 증상이 반복됐다. 그러다 감쪽같이 증상이 없어져서 이제 다 좋아졌다고 생각하면, 또다시 증상이 생기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냥 참고 넘겨 왔지만, 어느 순간부터 증상이 너무 자주 반복돼 검사를 받고자 했다.
위에 소개한 경우가 대표적인 과민대장증후군(Irritable Colon Syndrome) 환자의 사례다. 과민대장증후군은 복통 혹은 복부 불편감을 특징으로 하는 복합적인 증후군이다.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이 대변을 본 후 호전되는 양상을 보일 때가 많다. 설사형 과민대장증후군과 변비형 과민대장증후군, 혼합형 과민대장증후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과민대장증후군의 주요 증상은 배변 양상의 변화와 함께 발생하는 복통 혹은 복부 불편감이다. 대장이 과민해진 상태로 대장의 운동이 지나치게 활발해지면 설사가 유발되고, 움직임이 급격히 감소하면 변비가 발생하며,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기도 한다. 또한 내장 민감도가 증가해 위장관 내 대변 또는 가스에 의해 복부 통증이나 불편감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이 외에도 복부팽만은 흔한 증상이며 속쓰림, 연하곤란 등의 상부위장관 증상과 피로, 두통 등의 전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자주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니 만성피로감을 쉽게 느끼고 내가 큰 병에 걸리진 않았을까 걱정이 늘어 우울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
과민대장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유전적인 요인, 스트레스 및 심리적인 요인, 특정한 음식(기름진 음식,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에 대한 개인적인 과민 반응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리적 원인도 중요하다. 어떤 환자는 평일에는 증상이 심하다가 주말에는 증상이 없다고 말한다. 평일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어떤 연구에서는 사람들의 항문에 풍선을 삽입하고 공기를 조금씩 주입하면서 불편감을 언제 호소하는지 체크했는데, 일반 집단보다 환자 집단에서 훨씬 더 적은 양의 공기를 주입해도 통증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민대장증후군은 대개 젊은 사람들, 특히 성인 초기의 젊은 여성에게 잘 나타난다. 가끔은 수능을 보는 고교 수험생이나 장이 안 좋은 남성에게도 나타나곤 한다. 젊은 사람에서는 설사형이 조금 더 흔하지만, 고령의 환자에서는 변비형 과민대장증후군의 발병이 증가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연령에서 2.2~6.6% 정도의 유병률을 보인다. 서울의 경우에는 유병률이 11.6%로 다른 지역에 비해 높았다.
과민대장증후군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혈액검사, 대장내시경, 복부 초음파나 복부 CT 검사가 필요하다. 복통, 설사 및 변비를 유발할 수 있는 기질적인 질환이 없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는 게 중요하다. 과민대장증후군은 심리적인 안정이 중요하므로, 다른 중한 병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심리적인 안정만 가져도 증상이 좋아질 수 있다. 감별해야 할 중한 병은 장결핵, 염증성 장질환, 대장암 등이다.
과민대장증후군에 처방하는 약은 항경련제, 정장제, 프로바이오틱스 등이다. 변비나 설사 증상에 따라 약물을 추가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심리적인 안정이 중요하다. 일상생활을 하며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그것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항우울제나 신경안정제를 사용할 수 있다. 과민대장증후군을 유발하는 음식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음식을 피해야 하며, 유발 음식 파악을 위해 섭취하는 음식물을 메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운동 또한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운동이 여성의 과민대장증후군에서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다. 다만 증상이 너무 심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면, 하던 일을 멈추고 절대 안정을 취하는 게 좋다.
과민대장증후군은 ‘증후군’ 즉, 생활습관 및 심리 상태에 관한 문제다. 물론 환자 입장에서는 단번에 치료할 수 없는 데다 증상도 반복돼 그 고통이 질병에 비해 적지 않을 것이다. 과민대장증후군은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꾸고, 음식을 가려 먹고, 심리적 안정을 위한 정신과적 치료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유산균이 많이 포함된 음식이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