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SPRING

VOL. 257

Contents VOL. 257

COVER STORY

<사랑한대>가 2021년 봄호를 시작으로 <HYPER>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그 첫 호 표지에는 ‘코로나19 시대의 해법’을 은유적으로 담았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과연 우리는 어떤 일상을 맞고 어떤 미래를 그려가야 할까요?

Lab
Story

체온이 전기가 되는 세상!
새로운 소재 · 소자 개발로 앞서간다

에너지공학과 장재영 교수 &
에너지 전자재료 및 소자 연구실(Electronic & Energy Device Lab)

  • 글 오인숙
  • 사진 손초원
열전소재의 전기적 특성 평가를 위해 웨이퍼 위에 형성된 전극패턴.
인류는 전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수많은 활동과 기기 활용에 전기는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발전소에서나 만들던 전기를 체온을 통해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만드는 새로운 열전소재를 개발한 에너지공학과 장재영 교수와 ‘에너지 전자재료 및 소자 연구실(Electronic & Energy Device Lab)’을 소개한다.

Q교수님께서 이끌고 계신 ‘에너지 전자재료 및 소자 연구실(이하 연구실)’을 소개해주세요.

A지난 2015년 연구실을 개설해 현재 13명의 연구원(박사후연구원 1명, 석박사통합과정 12명)과 함께 차세대 반도체 소재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유기 고분자(폴리머)와 무기물인 퀀텀닷 등 유기와 무기를 아우르는 다양한 소재를 개발하고 있지요. 이를 바탕으로 고분자 열전소자, 퀀텀닷의 합성 및 개질, 박막 트랜지스터, 태양전지 및 수소 생산 기술 등의 연구를 폭넓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기존 실리콘 기반의 전자재료를 대체할 용액공정 기반의 재료와 공정을 개발하고 이를 통한 저비용 고효율의 차세대 에너지·전자 소자의 구현’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Q최근 ‘체온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소재’ 개발에 성공하셨어요.

A열전기술이란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기술을 뜻하는데요. 저희가 개발한 새로운 열전소재는 헝겊처럼 가볍고 유연하면서도 열과 전기를 잘 전달할 수 있습니다. 향후 체온으로부터 전기를 생산해 휴대전화나 노트북의 배터리를 충전하는 등 모바일 전자기기의 동력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연구는 지난해 에너지 및 재료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지인 <Advanced Energy Materials>지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지 표지논문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주로 인체 친화적이며 가볍고 유연한 특성을 지닌, 고분자에 기반한 유기 열전소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를 활용해 의류나 신체에 적용 가능한 열전소자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소재는 머티리얼(Material), 소자는 디바이스(Device)로 이해할 수 있는데요. 좋은 특성의 소재를 만든 후 이를 가공하고 패턴화하고 형성하는 소자기술까지 아우르고 있습니다.

Q해당 기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A반도체의 양단에 온도 차가 발생하면 전기가 흐르는데 이러한 특성을 극대화한 소재를 열전소재라고 합니다. 차량이나 건축물 등에서 낭비되는 폐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며, 옷에 부착하면 체온과 외부 간에 발생하는 온도 차를 전기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열전소재를 만들 때 유기 반도체인 고분자를 활용할 경우, 무게가 가볍고 유연하며 독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기 전도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도펀트(Dopant, 첨가제)를 넣는데, 이 작업을 도핑(Doping)이라고 합니다. 유기 반도체와 같은 용매에 잘 녹는 BCF라는 물질이 있는데, 물과 반응할 경우 본래의 산 특성이 변하게 됩니다. 저희는 산성을 띠는 다양한 물질이 유기 반도체의 도펀트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물과 반응한 BCF를 같은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추론했고, 물과 반응해 나타나는 산 특성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해 유기 열전소재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습니다. 유기 반도체의 도핑 원리를 규명하고, 더욱 잘 도핑될 수 있는 신규 도핑기술을 개발한 것입니다.
이는 기존 도핑기술 대비 전도성과 열전 발전 특성이 수십 배 이상 향상된 것으로, 소재적 관점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한 연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인정받아 아주 높은 IF 값(25.24)을 갖는 <Advanced Energy Materials>지에 연구 결과를 발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열전특성 평가 중 결과에 관해 토의하는 연구원들.
연구실에서 제작한 유연 열전발전기 모습.
신규 도핑기술 적용을 통한 고분자 열전소재의 향상된 열전특성 및 새롭게 규명된 고분자의 결정구조.

Q도핑기술 개발에서 더 나아가 열전소재의 기능성을 높인 연구 결과도 있지요?

A<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지 표지논문에 실린 연구가 바로 그 내용인데요. 고분자 소재에 새로운 기능성을 부여함으로써 외부에서 가해진 물리적인 피해로 입은 상처를 원 상태로 회복하는 ‘자가 치유성’ 열전소재를 개발한 것입니다. 잡아당기면 늘어나고, 자른 후 붙이면 다시 회복되거나 하는 것이지요.
이 연구는 웨어러블 열전소자로의 응용성을 더욱 확장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앞서 말한 도핑기술과 이러한 소재기술은 다양한 유기 반도체에 적용할 수 있죠. 향후 고성능 유기 열전소자 개발의 핵심 기술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연구실의 연구내용이 표지논문으로 실린 국제학술지 표지 이미지들.
‘에너지 전자재료 및소자 연구실(Electronic & Energy Device Lab)’을 이끌고 있는 에너지공학과 장재영 교수.

Q국내외 기술 수준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열전효과란 열을 전기로 변환하거나 그 반대인 현상을 통칭하는 것인데, 우주·항공 분야의 전기 동력원부터 냉장고 및 냉온수기의 온도 조절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열전소재에서는 유기, 무기, 유무기 혼합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실생활에 쓰이는 열전소재는 대부분 무기 소재이며, 웨어러블과 같은 유기 열전소재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습니다. 차세대 열전소재 개발 연구는 해외에서 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요.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고갈과 기후변화 등의 에너지·환경 이슈가 커지는 만큼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자연적인 에너지원으로부터 발생하는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해 수확하는 기술)인 열전소자 개발에 대한 요구가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또한,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수많은 스마트센서나 전자소자의 동력원으로써 활용도가 높아질 것입니다.

열전소자의 열전특성 평가 장면.
열전특성 평가를 위한 장비 구성 및 구동을 위해 조작하는 연구원의 모습.
체온을 활용한 열전 발전으로 발생한 전위차 확인 이미지.

Q그 밖에 연구실의 성과나 자랑거리가 있다면요?

A열전소자뿐 아니라 다양한 에너지 및 전자소자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퀀텀닷 소재를 활용한 광전소자와 태양전지, 수소 생산 기술 개발 등을 산학연 연계 과제로 진행하고 있으며, 용액공정이 가능한 차세대 트랜지스터 기술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에너지원을 친환경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습니다.

Q향후 연구실 운영 계획 및 목표가 궁금합니다.

A앞서 소개한 연구의 후속 연구로 도핑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신규 도펀트와 열전재료를 최근 개발했고, 이를 다양한 유기 반도체에 적용하여 열전소자의 성능을 더욱더 높이고자 합니다. 이와 동시에 고분자 소재 본연의 특성을 극대화한 구조를 갖는 열전소자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쉽게 늘어나고 접착성이 있는 고분자 소재의 특성을 활용하여 피부에 접착해 사용하는 패치형 열전소자, 말랑말랑한 스펀지의 구조를 활용한 열전소자 등 효율 향상뿐 아니라 열전기술의 보급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넘어야 할 벽이 많지만, 차세대 전자·에너지 기술의 국내화를 위해 꾸준히 연구에 매진하겠습니다.

열정으로 뭉친
구성원의 힘
서의현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16

“연구실은 사람들과의 관계가 무척 중요한데, 우리 연구실은 충돌이나 갈등이 거의 없습니다. 다들 알아서 열심히 하는 분위기라 스스로 노력하는 분위기가 잘 형성돼 있거든요. 연구실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그만큼 많은 실험을 진행해야 하는데, 교수님께서도 열정적으로 하시고 연구원들도 열심히 하다 보니 자연스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에너지와 연관된 재료를 연구하지만, 퀀텀닷·트랜지스터·태양전지·열전소재 등 다방면의 분야를 접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높은 수준의
연구논문에 뿌듯
정재민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17

“국내에는 유기 열전기술을 연구하는 곳이 많지 않은데요. 학회나 세미나에서 우리 연구실에서 나온 논문을 접할 때면 높은 수준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자부심을 느낍니다. 저는 학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에너지공학과로 진학한 케이스입니다. 교수님께서 연구의 자유도를 중요하게 생각하셔서 하고 싶은 분야를 마음껏 연구하며 성장하다 보니 스스로 연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습니다. 당연히 연구에 더 큰 재미를 느낄 수밖에 없지요.”

수평적인
연구 분위기가 강점
이택성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18

“우리 연구실의 강점은 수평적인 연구 분위기입니다. 서로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돕고 조언을 아끼지 않죠. 연차에 관계없이 연구와 관련된 의견 개진이 자유로워 효율적인 연구와 더불어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들 하고자 하는 의지가 커서 옆에서 보고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동기 부여가 많이 됩니다. 자율성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어요. 그래서 연구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이것이 좋은 실적으로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