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s VOL. 258

COVER STORY
<HYPER> 여름호는 자율주행 차와 친환경차로 대변되는 이동 수단의 혁명, 모빌리티의 미래를 테마로 다뤘습니다. 이번호 기사를 통해 생각해보세요. 빠르게 발전하는 첨단과학 기술들, 그 변화의 흐름을 따르기만 하면 우리는 과연 멋진 신세 계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HYPER> 여름호는 자율주행 차와 친환경차로 대변되는 이동 수단의 혁명, 모빌리티의 미래를 테마로 다뤘습니다. 이번호 기사를 통해 생각해보세요. 빠르게 발전하는 첨단과학 기술들, 그 변화의 흐름을 따르기만 하면 우리는 과연 멋진 신세 계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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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고성능·저전력 반도체 제작에 필수적인 ‘EUV 노광기술’ 국내 연구가 한양대에서 시작됐다고 들었습니다. ‘나노공정 및 소자 연구실(이하 연구실)’ 소개와 관련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일본 반도체 기업 NEC사 연구소에서 차세대 노광기술을 연구하던 중 LG반도체로부터 X-선 노광공정 연구를 의뢰받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귀국해 1995년 한양대 교수로 합류했죠. 하지만 LG반도체가 현대전자로 합병되고 X-선 노광기술도 한계에 봉착해 1998년부터는 연구 분야를 EUV 노광기술로 전환했습니다.
2002년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차세대신기술개발사업 프로그램으로 10년간의 장기 지원을 보장받고 ‘나노급 반도체용 EUV 리소그라피 핵심기술 개발사업’에 착수, 삼성전자와 동진쎄미켐, 여러 대학을 이끌며 초기 EUV 노광기술 개발을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한양대는 EUV 노광기술 연구의 구심점이 됐고, 저 역시 각종 국제 콘퍼런스의 EUV 분야 한국 대표로 활동해왔습니다.
우리 연구실은 제가 한양대에 합류한 1995년부터 시작됐어요. 관련 분야의 경험과 노하우가 투영돼 있지요. 현재 22명의 연구교수, 연구원, 대학원생과 함께 EUV 노광기술의 핵심인 초미세 회로패턴 구현을 위한 EUV용 마스크와 펠리클, 검사 및 계측 기술, 차세대 반도체 소자 구조와 소재 관련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Q교수님께서 국내 EUV 연구 생태계 및 인프라 구축에 크게 기여하신 것으로 압니다.
A사실 반도체 산업이 국가 기반산업으로 자리 잡기 전까지는 이 연구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어요. 하지만 언젠가 EUV 노광기술이 실제 적용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여러 기업과 적극적인 기술교류를 진행했죠. 일본, 유럽, 미국 등 해외 전문가들과도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현재의 국제적 연구 네트워크를 마련했습니다. 이런 저력으로 2019년에 한양대 극자외선 노광기술 산학협력센터(EUV-IUCC)로 선정됐고, 2020년에는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지정 국가연구협의체(N-Team)에 대학 유일의 품목지정 연구협의체로 선정됐습니다. 13명의 국내외 전문가와 16개 이상의 기업이 멤버로 속해 있어요. 국내 기술 수준을 전반적으로 향상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Q연구 내용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EUV 노광기술은 차세대 반도체 생산의 핵심으로 각국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어요. 반도체와 관련해 이보다 더 발전된 기술은 없으리라 예측됩니다. 파장이 혁신적으로 짧아 더 작은 반도체 소자를 생산할 수 있죠. 사실 13.5㎚ EUV 파장은 모든 물질에 쉽게 흡수되는 특성 때문에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아요. 따라서 이를 노광기술에 활용하려면 모든 구성요소를 혁신해야 합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실제 노광 환경을 모사한 시뮬레이션 툴을 활용해 패턴의 미세화가 가능한 마스크 소재 탐색 및 구조 설계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실제 양산에 적용 가능한 완성형 마스크 기술을 개발하고자 해요. 또 EUV 마스크를 외부 오염 물질로부터 보호해 패턴 불량을 최소화하는 EUV 펠리클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EUV 펠리클은 스마트폰 2개를 펼쳐놓은 면적에 머리카락보다 10000배 얇은 두께로 구현되며, 섭씨 500도 수준의 고온까지 견디는 고강도, 고내열성 소재를 필요로 합니다. 우리 연구실은 광학적, 열-기계적 특성을 모두 만족하는 다기능성 금속 화합물 소재를 발견하고 이를 기반으로 EUV 펠리클을 연구 중이에요.
Q연구실의 성과와 특장점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엔지니어는 산업체와 교감하고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연구실은 산업연계 연구로 실질적 성과를 거두고 있어요. 포항가속기연구소와 함께 개발한 EUV test bed 기반의 EUV 마스크, EUV 레지스트 평가 기술은 2012년 삼성전자(4.4억), 동진쎄미켐(2.2억)에 기술이전 됐습니다. 국내 최초의 EUV 관련 기술이전이었죠. 당시 개발한 위상 변위 마스크 콘셉트는 현재까지도 해외 주력 연구 기관에서 사용되고 있어 더 의미가 큽니다. 이외에도 EUV 펠리클 특허에 대한 33억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또 고차조화파라는 특별한 기술로 EUV 광을 생성하고 노광기와 유사한 조명 조건을 구현해 EUV 소재 평가 및 검사가 가능한 EUV 현미경(Coherent Scattering Microscope, CSM)을 자체 개발했어요. EUV 검사에 필요한 광원, 세부 시스템 등의 장비, 이미징 알고리즘, 검사 기술 등 핵심 특허도 다수 보유 중이죠. 타 대학이나 연구소에는 없는 EUV 현미경, 광학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평가 장비 등 종합시설을 갖춰 국내 EUV 연구개발의 중심축이 되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꾸준히 산학협력 과제도 수행해왔습니다. 이를 통해 학계에서 조사하기 어려운 실제 산업 현장의 니즈를 연구에 반영할 수 있었죠. 이렇게 산업계와 밀접한 연구를 직접 수행해본 연구실 소속 학생들은 실무 경험을 갖춘 전문가로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국내 반도체 대기업, 세계 유일의 EUV 노광장비 회사인 ASML, 스위스 PSI연구소, 벨기에 IMEC 같은 반도체 전문 연구소기업,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척하는 미국 페이스북 등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Q관련 연구 트렌드와 우리나라 기술 수준이 궁금합니다.
AEUV 노광기술은 1981년에 처음 콘셉트가 제시돼 선진국에서는 198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연구개발이 시작됐어요. 이 기술을 세계 최초로 양산에 적용한 것은 국내 기업이었지만, 이에 필요한 소재와 부품 성능은 아직 많은 개선이 필요합니다. 전 세계가 경쟁하는 가운데 특히 EUV 광에 대해 흡수도가 높은 무기물 소재 기반의 포토레지스트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현재 EUV와 관련된 핵심 소재(마스크와 포토레지스트) 부문에서 일본은 사업화 수준의 기술 성숙도를 보이지만, 국내 기술은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에요. 부가가치가 매우 높아 놓치기 아까운 시장일 뿐만 아니라, 반도체 산업의 안보적인 차원에서도 자체개발이 꼭 필요한 분야입니다.
관련 기술이 실제 양산에 적용되며 EUV 검사, 측정 장비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어요. 2025년에는 세계 시장 규모가 1조 원 이상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EUV 검사 분야의 기술 선진국은 일본, 미국, 스위스 등입니다. 현재 일본이 유일하게 양산형 EUV 검사장비를 공급하고 있지만 연간 생산 능력은 10대가 채 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다행히 국내에서도 마스크와 펠리클의 모든 결함을 사전에 검출하고 실제 과정 없이 노광 성능평가가 가능한 다기능 검사장비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Q향후 연구실 운영 계획 및 목표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주력 연구 분야인 EUV 마스크, 펠리클, 검사 기술에 대해 산업계보다 앞서 실제 적용 환경에서의 특성을 검증하고 새로운 콘셉트의 소재 및 부품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또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외 기관 및 대학과 협력을 진행, 새로운 개념의 EUV 포토레지스트 개발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노광공정은 반도체 제조업에서 비용, 시간적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반도체 칩 스케일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반도체 기술 개발 경쟁은 점점 더 가속화할 거예요. 우리 연구실이 진행하는 일련의 연구가 국가 기반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길 바랍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35년의 반도체 관련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국가연구협의체에 합류했습니다. 대학이나 연구소의 연구·개발 결과가 산업체에서 열매를 맺으려면 기술 방향을 잘 설정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해요. 우리 연구실은 기술 개발뿐 아니라 전문인력을 양성, 투입해 EUV 기술이 산업계에 안착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담당합니다. EUV 기술은 고난도이고 설비 한 대가 수천억 원에 달해요. 연구실을 중심으로 기업과 대학이 역할을 분담함으로써 비용과 시간의 효율성을 확보하고 솔루션을 찾아갈 수 있지요.”
“EUV 펠리클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올해 8월 박사 취득 후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할 예정입니다. 학부 시절 반도체 공정 수업에서 EUV 노광기술을 처음 접하고 흥미가 생겨 자대 대학원에 입학했어요. 노광기술은 학계보다는 산업계와 밀접하게 연관돼 충분한 연구 인프라와 네트워크가 없다면 관련 기술 연구가 쉽지 않죠. 우리 연구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ASML 등 실질적인 수요 기업과 교류하며 산업계가 원하는 연구를 합니다. 연구실에서 쌓은 다양한 실질적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계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진학과 취업에 고민이 많던 3학년 당시 우연히 안진호 교수님께서 진행하시는 진로 수업을 들었고 EUV에 대해 처음 접하게 됐습니다. 이후 학부연구생을 거쳐 대학원 생활을 결심했습니다. 교수님의 아낌없는 지원과 자유로운 연구실 분위기가 우리 연구실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EUV 마스크의 소재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이제 1년 차라 아직 부족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할 반도체, 그중에서도 미래 기술인 EUV 분야를 연구하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