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WINTER

VOL. 260

Contents VOL. 260

COVER STORY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유롭지 못한 상황 속에서,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는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022년에 더욱 주목하게 될메타버스에 대해 알아봅니다.

Research
Headline

버려지는 굴 패각으로
친환경 건축의 길을 찾다

건축공학부 배성철 교수

  • 글 김현지
  • 사진 손초원
최근 정부가 탄소중립 계획을 구체화하며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함에 따라 시멘트 업계의 고민이 커졌다. 시멘트는 철강, 정유와 함께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지목한 대표적인 탄소 배출 산업이다. 시멘트 산업의 체질 개선과 함께 친환경 시멘트 확산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할 시기. 건축공학부 배성철 교수팀이 그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폐기물인 굴 패각이 석회석 대체재라고?

‘패각’은 굴이나 조개 등의 딱딱한 껍데기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매년 30만 톤에 달하는 굴 패각이 발생한다. 그중 일부분만 사료나 비료로 재활용될 뿐 나머지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돼 전량 폐기된다. 별다른 처리법 없기에 매년 23만 톤가량이 그대로 버려져 현재 약 100만 톤 이상의 굴 패각이 방치된 상황이다. 이런 굴 패각은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폐수와 분진, 냄새 등을 유발해 환경오염의 원인으로도 꼽힌다.

배성철 교수팀은 어촌 지역의 골칫거리인 굴 패각을 친환경 건축 재료로 활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차세대 시멘트 중 하나로 주목받는 ‘석회석 소성 점토 시멘트(LC³)’에 굴 패각을 활용하는 것이다. 관련 연구 논문 ‘석회석 소성 점토 시멘트 내 석회석 대체재로서 굴 패각의 친환경적인 재활용 방안’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엽합회가 주최한 ‘2021 한국과학기술연차대회’에서 과학기술 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대의 건축은 시멘트를 기반으로 하는데, 시멘트 생산과정에서 대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됩니다. 따라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사용했던 전통적인 시멘트의 생산량을 줄여 나가야 합니다. 이번 연구는 석회석 소성 점토 시멘트에 들어가는 석회석 미분말의 대체재로 굴 패각을 활용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검증한 것입니다.”

건축의 기본 재료라 할 수 있는 시멘트의 원료 석회석. 이 석회석에는 다량의 탄산칼슘(CaCO3)이 함유돼 있다. 배성철 교수팀이 굴 패각의 성질을 정밀 분석한 결과 석회석과 동일한 구조일 뿐 아니라, 오히려 고품위 석회석 기준치보다 탄산칼슘의 함량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멘트가 ‘수화 반응(reaction of hydration, 수용액 속에서 용질 분자 또는 이온이 물 분자와 결합해 수화물을 만드는 현상)’하면서 생성되는 물질이 굴 패각과 소성 점토의 반응성을 이끌어 굳어지는 특성을 이용했습니다. 그 결과 기존 시멘트와 동등하거나 더 높은 강도를 발현할 수 있는 바인더를 제작할 수 있었죠.”

이번 연구의 의의는 시멘트 대체재로서 굴 패각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함과 동시에, 큰 성능저하 없이 기존 시멘트 사용량을 줄인 친환경 저탄소 시멘트를 새롭게 제안했다는 데 있다. 본 기술이 성공적으로 상용화되면 양식 산업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멘트 생산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 역시 크게 줄어들 것이다.

배성철 교수팀이 굴 패각을 석회석 미분말의 대체재로 사용해 제작한 친환경 시멘트 샘플.
배성철 교수(왼쪽에서 세 번째)가 이끄는 ‘멀티 스케일 건축재료 연구실(Multi-scale Construction Materials Lab.)’ 구성원들.

친환경 건축, 신재료 개발과 안정성 확보가 중요

현재 전 세계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건축 재료의 생산 공정에서부터 재료 자체, 사용단계 및 해체, 재사용 전반에 걸쳐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탄소 시멘트 분야를 선도하는 유럽연합은 21세기에 들어서기 전부터 친환경 기반 정책과 산업 계획을 수행해왔다. 그 결과 다양한 저탄소 시멘트가 실제 사용되며 탄소 배출량도 효율적으로 저감됐다.

“국내에서 전통적인 시멘트 한 가지만 사용하는 것에 비해 유럽연합에서 상용되는 친환경 시멘트는 그 종류가 27개에 달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국제적인 탄소중립 공동 선언에 맞춰 뒤늦게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혁신적이고 새로운 친환경, 저탄소 건축 재료 및 관련 기술개발이 절실합니다.”

탄산칼슘은 건축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료로 활용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굴 패각을 비롯한 각종 패각류와 생활 폐기물로 분류되는 단각(계란 껍질)은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져 친환경 시멘트의 원료나 시멘트 대체재, 충진재, 골재로 활용될 수 있다. 높은 순도의 탄산칼슘으로 구성된 건설 폐기물, 수화 반응성이 있는 기타 생활 폐기물 역시 재활용이 가능하다. 배성철 교수팀은 다양한 산업 폐기물을 친환경/저탄소 시멘트 및 건축 재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연구 중이다. 시멘트 원료 자체를 산업 폐기물로 치환해 합성하는 데 성공, 관련 연구 결과를 환경공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저널 오브 클리너 프로덕션>(Journal of Cleaner Production, IF 9.297)에 등재한 바 있다.

“폐자원을 건축 재료로 활용하는 것은 다양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방안입니다. 하지만 폐자원을 시멘트 생산에 활용하더라도 생산되는 시멘트의 품질 안정성이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점이 중요해요.”

배성철 교수는 이를 위해 산-학-연 컨소시엄을 구성해 다양한 검증을 진행하고, 그 연구 결과를 항상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친환경 건축 재료 개발과 관련해 전문인재 양성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술 혁신, 사회적 합의로 탄소중립에 대처

“우리나라 시멘트 산업 규모는 세계 10위권 수준입니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지만, 사실 시멘트 산업은 환경개선에도 큰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시멘트 생산과정에서 열원으로 사용되는 유연탄 일부를 폐타이어나 각종 폐플라스틱, 산업 부산물 등을 포함한 다양한 폐자원으로 대체해 활용하고 있어요.”

대체 연 · 원료(AFR)를 둘러싼 이중적 시선. 독일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는 폐자원을 열원으로 사용한 시멘트를 ‘에코 시멘트’나 ‘그린 시멘트’라 칭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쓰레기 시멘트’라며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1500℃에 달하는 고열로 가열하기에 오히려 폐기물 저온 소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물질이나 냄새 발생이 없다. 굴 패각 등 각종 산업 부산물을 시멘트 대체재로 활용하는 기술에 앞서, 폐자원 활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합의 역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돌파형 혁신 건축 재료 개발이 필요하다. 배성철 교수팀의 연구가 물성평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나노-마이크로 스케일 연구로 다양한 재료의 특성과 성능을 명확하게 규명, 검증해 추후 상용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신재료가 도출되지만, 여러 이유로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죠. 연구실 구성원들과 함께 만든 새로운 혁신 건축 재료가 기능뿐 아니라 실용성까지 갖춰 실제 현장에서 활용되고, 결과적으로 탄소중립이라는 사회문제 해결에 공헌할수 있기를 바랍니다.”

탄소중립 대응을 위해서는 혁신적이고
새로운 친환경, 저탄소건축 재료 및관련 기술개발이 절실합니다

건축공학부 배성철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