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WINTER

VOL. 260

Contents VOL. 260

COVER STORY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유롭지 못한 상황 속에서,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는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022년에 더욱 주목하게 될메타버스에 대해 알아봅니다.

Research
Headline

해수와 담수의
염분차로 만드는 전기

에너지공학과 송태섭 교수

  • 글 오인숙
  • 사진 손초원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며 친환경 에너지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해양 기반의 신재생 에너지 발전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높다. 해수와 담수의 염분차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염분차발전도 그중 하나다. 에너지공학과 송태섭 교수는 최근 ‘흐름전극 기반 축전식혼합 염분차발전 기술’의 메커니즘을 밝혀 주목받고 있다.

차세대 신재생 에너지원, 염분차발전

국내 신재생 에너지 시장은 태양광발전이 주도하고 있다. 1GW는 태양광 패널 312만 개의 연간 발전량을 의미하는데, 2015년 1GW에 불과했던 태양광 설치량은 2021년 4GW를 넘어설 전망이다. 국내 태양광발전 시장 규모는 약 3.5조 원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8위권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도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신재생 에너지로 불리는 태양광과 풍력을 통한 올해의 글로벌 발전 수요는 각각 180GW, 84GW 수준으로 예측된다. 신재생 에너지는 지리적 특성에 따라 지역적 불균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세계 각국은 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다를 활용한 해상풍력, 조력, 파력과 같은 해양 기반 신재생 에너지 발전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특히 최근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분야가 해수와 담수의 염분차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염분차발전이다. 국내 염분차 발전 기술은 50kW급의 염분차발전기를 만들어 구동하고 있는 네덜란드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여기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해양융복합연구팀에서 효율성과 경제성을 모두 잡은 독자적인 원천기술을 확보해 향후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염분차발전은 차세대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해수와 담수 사이에 특정 이온만 투과할 수 있는 이온교환막을 배치하고, 바닷물에 들어 있는 고농도의 이온이 저농도의 민물로 선택적으로 투과될 때 그 차이에 의해 전기를 생산해내는 원리입니다. 이 기술을 반대로 적용하면 해수 담수화가 가능하며, 이를 통해 공업용수와 식수 등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해수와 담수의 염분차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염분차발전은 차세대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평가받는다.
송태섭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는 ‘에너지소자용 나노소재 연구실(Nano Materials for Energy Device lab.)’을 이끌며 친환경 에너지를 연구하고 있다.
에너지소자용 나노소재 연구실 전경.

흐름전극 개발 가이드라인 제시

염분차발전 기술은 크게 삼투압을 사용하는 ‘압력지연삼투법(PRO)’, 이온의 이동과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한 ‘역전기투석법(RED)’, 이온의 흡·탈착을 통한 ‘축전식혼합(F-CapMix)’ 등으로 나뉜다. 기존에 사용했던 PRO와 RED 방식은 환경오염을 유발해 최근에는 축전식혼합 방식에 대한 연구가 주로 이뤄지고 있다. 이 기술은 친환경적인 소재를 사용하고 전처리가 불필요해 전력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반면, 낮은 효율의 전력 생산과 주기적으로 방전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탄소 소재를 흐름전극으로 사용하는 ‘흐름전극 기반 축전식혼합 염분차발전 기술’이다. 흐름전극을 적용하면 연속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주기적으로 방전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상용화하기에는 여전히 낮은 발전 효율이 문제다.

“고성능의 흐름전극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염분차발전과 흐름전극의 인자들에 대한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그간 흐름전극의 유일한 소재였던 탄소 물질의 활성탄과 함께 크기가 비슷하지만 특성이 다른 다양한 탄소 소재들의 물성을 비교 분석해 발전 성능에 관한 인과성을 연구했습니다.”

송태섭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탄소 소재의 이온 흡착 능력 외에도 또 다른 요인들이 발전 성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 이에 따라 흐름전극 개발 시 고려해야 할 주요 사항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이 분야의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에 있습니다. 상용화 단계로 가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앞으로 학제 간 융합연구를 통해 충분히 상용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 염분차발전의 잠재량은 2.6TW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향후 세계 10대 강을 기준으로 약 16.4조 달러 규모의 막대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핵심적인 원천특허를 확보하고 기술을 선점해야 합니다.”

친환경 에너지 기술 보급을 위해서는
기술력과 함께 안전성을 향상시켜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에너지공학과 송태섭 교수

친환경 에너지 기술의 관건은 안전성

송태섭 교수는 친환경 에너지 분야 전문가로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 상용화를 위한 리튬이차전지와 전고체전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바닷물을 사용하는 해수이차전지와 염분차발전, 물분해 수소 촉매 등 다양한 에너지-환경 연계(Energy-Environment Nexus) 기술을 연구한다. 모든 연구는 소재에 대한 설계와 특성의 개질이라는 큰 틀에서 이뤄지며, 그간 많은 성과를 거뒀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촉매 표면 부분 비정질화 기술’을 꼽을 수 있다. 전기를 이용해 물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친환경 수전해 시스템의 효율을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이와 함께 수전해 시스템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수소 폭발 방지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 2019년 강릉 수소 폭발 사고 이후 수소안전법을 제정하는 등 수전해 시스템의 안전성이 화두에 올랐습니다.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노르웨이에서도 폭발 사고가 발생해 수소에너지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송태섭 교수는 폭발의 원인으로 꼽히는 수전해 장비 내의 수소와 유입된 산소의 가스 섞임을 방지하기 위해 수소 발생 전극(음극)에서 수소 발생과 동시에 산소를 제거할 수 있는 양 기능 촉매를 개발했다. 이 촉매 기술은 수전해 시스템의 안전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친환경 에너지 기술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입니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도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대중에게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재생 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ESS(에너지저장장치)를 예로 들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ESS 상용화 능력과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다 꼭 필요한 친환경 기술이지만, ESS 화재라는 악재가 터지면서 이에 대한 불신과 부정적인 인식으로 ESS 산업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송태섭 교수는 친환경 에너지 기술의 보급을 위해서는 기술력과 함께 안전성을 향상시켜 국민의 막연한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앞으로 에너지 분야의 연구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은 자명하다. 송 교수는 좋은 인재를 양성하는 데 힘을 쏟는 한편, 학제 간 융·복합 연구가 필수적인 시대의 흐름에 맞춰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국내 산업을 이끌어나갈 에너지-환경 연계기술의 원천기술 확보와 상용화 연구에 헌신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뜻깊은 연구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