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AUTUMN

VOL. 259

Contents VOL. 259

COVER STORY

민간 우주관광이 시작되고, ‘누리호’가 쏘아 올려지는 2021년은 특별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인류의 미래 전략시장으로 자리 잡은 우주. <HYPER> 가을호에서는 민간 우주산업 본격화로 촉발된 ‘뉴 스페이스 시대’와 우리의 우주 전략에 대해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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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효율·신뢰성 보장
미래 대변혁 이끌 블록체인 기술

  • 글 정보시스템학과 오현옥 교수
한양대학교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데이터 경제를 위한 블록체인 기술개발사업’의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국내 블록체인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 2025년까지 총 1133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고성능 합의기술, 스마트 계약, 신원관리 블록체인, 블록체인 데이터 관리 등 4대 전략 분야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한다. 미래 기술로 손꼽히는 블록체인이란 대체 무엇일까?

블록체인의 기본은 분산 · 중복의 저장 · 관리

블록체인의 개념은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 기술이라고할 수 있다. 거래내역을 기록한 원장을 다수의 분산된 사람 또는 컴퓨터에 중복해 저장 · 관리하는 기술이다. 블록체인에서는 일반적으로 다수의 거래 기록을 묶어 하나의 데이터 블록(block)을 구성하고 이를 해시(hash) 값을 이용해 이전 블록과 이후 블록을 체인(chain)처럼 연결한 뒤 저장하므로 블록체인이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보는 P2P(peer-to-peer: 컴퓨터 간 일대일 연결) 방식으로 전 세계 여러 컴퓨터에 복사, 저장 · 관리된다.

블록체인은 사이퍼펑크(cypherpunk) 운동에서 비롯됐다. 사이퍼펑크 운동은 중앙집권화된 국가와 거대 기업들에 대항해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 수단으로 암호 기술을 이용, 익명성을 보장하자는 탈중앙 시스템 지향의 사회운동이다. 이에 1990년 데이비드 차움이 디지캐시(digicash)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최초의 상업적 암호화폐 ‘이캐시(ecash)’를 개발했고 뒤를 이어 1997년 ‘해시캐시’(Hashcash), 1998년 ‘비머니’(B-Money), 1998년 ‘비트골드’(bit gold) 등의 암호화폐가 고안됐다. 하지만 모두 상업적으로나 대중적으로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블록체인이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가명의 개발자가 만든 암호화폐 ‘비트코인’(Bitcoin)의 응용 때문이었다.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최초의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개발하고 C++ 언어로 작성한 소스 코드를 배포했다.

2013년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은 화폐 거래 외에는 응용이 힘든 비트코인의 단점 극복을 위해 스마트 계약이라는 임의 코드를 블록체인상에서 수행하게 하는 이더리움 백서를 발간하고, 2015년 이더리움(ethereum)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 비트코인이 전자화폐 기능만을 제공한 데 반해,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기술로 다양한 응용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런 점에서 비트코인을 ‘블록체인 1.0’, 이더리움을 ‘블록체인 2.0’이라고 부른다.

2017~2018년에는 ‘에이다(ADA)’, ‘이오스(EOS)’, ‘스팀(Steem)’ 등 다양한 암호화폐가 출현했다. 이들은 기존 비트코인을 제1세대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제2세대 암호화폐라 칭하고 스스로를 제3세대 암호화폐라 자처했다. 이들은 기존 블록체인 기술의 단점을 극복하고 빠른 처리 속도와 확장성을 구현하려 했으며, 체인 형태가 아닌 그래프 형태로 연결하는 등 블록체인 성능향상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암호화폐뿐 아니라 다방면에 활용되는 블록체인

블록체인은 네트워크 구성원이 공동으로 거래정보를 확인하고 중재자가 없어, 오히려 효율성과 투명성이 높고 적은 비용으로 더 빠르고 안전한 디지털 자산 거래를 할 수 있다. 또 초기 비트코인의 단순 지급 결제 기능에서 벗어나 스마트 계약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계약 자동화가 가능해졌다. 다양한 거래, 계약에 적용돼 금융뿐 아니라 에너지, 물류, 투표, 공공서비스 등 비금융권까지 활용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

암호화폐로 대표되는 금융은 블록체인 기술이 가장 빠르게 적용된 분야다. 기존 금융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DeFi: Decentralized Finance)이라는 이름으로 실험된다. 주로 암호화폐를 담보로 걸고 일정 금액을 대출받거나, 다른 담보를 제공하고 암호화폐를 대출받는 방식이다.

비제도권의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한 디파이뿐만 아니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역시 관심 대상이다. 국내에서도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연구’ 용역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CBDC 발행, 유통, 환수 등의 기본 기능과 국가 간 송금, 오프라인 결제, 디지털자산 구매, 보유한도/자금세탁방지 등의 규제준수 방안을 위한 확장 기능, 개인 정보보호 강화, 분산원장 확장성 기술 등의 신기술 적용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다. 이 CBDC 사업에 주관기업으로 그라운드엑스, 협력업체로 한양대 연구실 벤처기업 지크립토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NFT(대체불가 토큰: Non-Fungible Token) 서비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NFT는 사진, 비디오, 오디오 및 기타 유형의 디지털 파일 소유권을 나타내는 데 쓰인다. NFT를 통해서 해당 디지털 항목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공개적으로 증명할 수 있고, 또 온라인상의 빠른 소유권 매매가 가능하다. NFT를 사용한 디지털 아트, 카드컬렉션과 같은 수집품, 음반, 게임 아이템, 메타버스 자산 등의 온라인 거래가 활발해지는 추세다. NFT의 시장 가치는 2020년 3배로 증가해 2억5천만 달러 이상에 달한다.

블록체인의 또 다른 주요 응용처는 탈중앙화 신원증명(Decent ralized Identifier, 분산아이디, 이하 ‘DID’)이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이용자 스스로 자신의 신원정보를 관리·통제하는 디지털화된 신원관리 체계다. 지갑에 주민등록증을 보관하다가 필요할 때 꺼내 나를 증명하는 것처럼, 사용자가 퍼블릭 블록체인에 연동된 디지털 지갑에 개인정보를 담아두고 필요할 때 개인키를 입력해 나를 증명하는 방식이다.

개인정보 사용 및 제공의 주체가 기업에서 개인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DID는 신원의 주체가 흐름을 통제하게 되므로 신원정보를 더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 또 블록체인과 연결된 DID는 다양한 서비스 인증 방법으로도 활용된다. 이 밖에도 전자투표, 물류, 문서관리, 의료정보관리, 전자경매 등 다양한 서비스가 블록체인상에서 개발되고 있다.

블록체인 응용 필수 기술, 한양대가 세계 최고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되는 초연결 사회에서 신뢰성을 제공하는 블록체인은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동시에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호가 중요해지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제화 및 권장사항이 엄격해지는 추세라 블록체인 응용에 상당한 제한이 가해진다. 데이터를 암호화하면 프라이버시를 확보할 수 있으나, 그 데이터를 입력하는 서비스의 유효성을 제3자가 투명하게 검증하기 어려워진다.

프라이버시를 유지하면서도 데이터의 정당성을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방법으로는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 기술이 있다. 비밀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도 데이터가 특정 조건을 만족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최신 암호 기술이다. 임의의 연산에 대해 증명할 수 있고, 효율적인(상수 시간) 공개 검증이 가능해 프라이버시를 요구하는 블록체인 용용에 필수다. 2018년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서 향후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혁신기술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영지식 증명 기술은 암호이론 지식과 시스템 구현 지식이 동반되는 고난이도 기술이다.

이 영지식 증명 기술과 관련해 세계 최고의 원천기술과 응용기술을 보유한 곳이 한양대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암호문을 위한 영지식 증명 생성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블록체인 데이터 암호화 기반의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개발’ 과제를 수주해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한 응용으로 영지식 증명 기반 프라이버시 보장 블록체인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에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영지식 증명 기술은 프라이버시 보호뿐 아니라 블록체인 성능향상에도 적용된다. 블록체인 성능을 높이려면 참여 컴퓨터의 성능을 제고(Layer 1 접근방법)하거나, 외부에서 미리 계산해 블록체인에서 수행할 계산을 줄이는 방법(Layer 2 접근방법)을 써야 한다.

Layer 1 접근방법의 경우, 참여하는 컴퓨터 수가 줄어들고 비용이 증가한다. Layer 2 기술 중 하나인 zk-롤업(rollup)은 여러 트랜잭션의 유효성을 블록체인 외부에서 검사하고 이에 대한 영지식 증명을 생성해 블록체인에 기록한다. 블록체인에서는 이 영지식 증명 하나를 검사하는 것으로 모든 트랜잭션의 재실행을 피하게 된다. 따라서 성능이 낮은 컴퓨터에서도 많은 트랜잭션에 대한 유효성 검사가 빠르게 이뤄져 블록체인 성능을 크게 향상할 수 있다. 한양대는 영지식 증명 기반의 블록체인 성능향상 기법 연구와 Layer 1상의 고속 합의기술을 연구 중이다.

웹에 비견되는 블록체인의 미래

1990년대 말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모든 데이터에 쉽게 접근, 공유할 수 있는 www(world wide web)가 개발되면서 이전 서비스가 전부 웹 기반으로 발전하게 됐다. 이 시류에 맞게 변신한 기업들은 계속 성장했고,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쇠퇴했다. 현재의 블록체인은 그 당시의 웹에 비견된다.

웹과 블록체인 모두 기본 철학은 데이터 개방과 공유다. 하지만 웹은 데이터 읽기에 대한 서비스는 공개하지만, 데이터 저장·관리는 전용 서버로 진행한다. 블록체인은 이 부분까지 공통의 플랫폼을 통해 투명하게 서비스하고자 한다. 따라서 블록체인으로 시스템을 개발하게 되면 웹에서 제각각 관리 운영하던 서버 유지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 블록체인에서는 임의의 코드를 수행할 수 있어 자동화된 모든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개발 면에서 봤을 때도, 기존의 온라인 서비스 개발은 서버 유지 및 서버 프로그래밍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반면 블록체인은 서버 프로그래밍이 훨씬 정형화되어 있고 서버를 따로 유지하지 않아도 돼 초기 개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그동안 사람이 개입해서 해왔던 많은 작업이 블록체인이라는 투명하고 자동화된 프로그램으로 빠르게 대치될 것이다. 블록체인 없이는 미래 사회를 선도하기 어렵다. 따라서 블록체인의 핵심 및 응용기술을 미리 확보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