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AUTUMN

VOL. 259

Contents VOL. 259

COVER STORY

민간 우주관광이 시작되고, ‘누리호’가 쏘아 올려지는 2021년은 특별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인류의 미래 전략시장으로 자리 잡은 우주. <HYPER> 가을호에서는 민간 우주산업 본격화로 촉발된 ‘뉴 스페이스 시대’와 우리의 우주 전략에 대해 알아봅니다.

#Zest 1

현실과 가상의 경계 너머
놀라운 영상 합성 기술

‘클레온’ 진승혁 대표(융합전자공학부 11)

  • 글 오인숙
  • 사진 손초원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의 얼굴을 새로운 인물의 얼굴로 바꿀 수 있을까? 이런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술이 있다. 바로 얼굴 변환기술이다. 어떤 얼굴이라도 실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 클레온의 ‘딥휴먼’ 기술은 기존 영상 합성·변환기술보다 손쉽게 영상 속 얼굴과 목소리를 바꿀 수 있다. 진승혁 대표는 언젠가 꿈꿨던 상상을 현실로 만들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가고 있다.

사진 한 장으로 순식간에 바뀌는 영상의 마법

얼굴과 목소리를 활용해서 다양한 영상을 만드는 영상 합성기술 시장과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이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가상 인물과 실감형 콘텐츠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탓이다. 더하여 3차원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 열풍이 AI(인공지능)와 같은 원천기술, 특히 영상 생성 핵심기술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AI 휴먼(AI Human)에 대한 매니지먼트사의 높은 관심도 시장을 키우는 데 일조한다. 최근에는 기업이 사용하는 AI 휴먼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얼마 전 신한라이프 광고에 가상 인간 ‘로지’가 출연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LG전자가 공개한 가상 인간 ‘김래아’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인 CES 온라인 콘퍼런스 무대에 서기도 했다.

적은 데이터를 가지고 실시간으로 영상을 만드는 영상 합성기술에 있어 클레온은 국내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클레온이 자체 개발한 이른바 ‘딥휴먼(Deep Human)’ 기술은 기존 합성·변환기술보다 훨씬 간단하고 빠르게 영상 속 얼굴과 목소리를 바꿀 수 있어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딥휴먼 기술의 장점은 전 세계에서 가장 적은 데이터를 가지고 거의 실시간으로 영상을 생성한다는 점입니다. 3년 이상 기술 개발에 몰두해 현재까지 총 일곱 가지의 기술을 선보였고, 지금도 꾸준히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진승혁 대표는 이미 만들어진 영상의 얼굴을 정면 얼굴 사진 한 장과 30초의 음성만으로 다른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로 변환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한다. 영상 합성기술로 널리 알려진 ‘딥페이크’를 이용해 이와 비슷한 수준을 구현하려면 약 10만 장의 사진과 40시간의 AI 학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딥휴먼 기술에는 이런 데이터와 시간이 불필요하다. 그 밖에 영상 속 인물의 목소리와 입 모양을 새롭게 합성할 수도 있는데, 이때 우리말 목소리를 입혀도 자체 개발한 음성통역 기술을 적용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자연스럽게 변환할 수 있다. 클레온은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재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와 함께 얼굴 영상 생성기술 국제표준화사업을 진행 중이다.

클레온 임직원들.
클레온은 뛰어난 기술력으로 산업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대중과 기업을 동시에 사로잡는 놀라운 기술

얼마 전 클레온은 실시간 영상 공유 SNS ‘카멜로’를 오픈했다. 사용자는 터치만으로 얼굴을 변환하는 영상 콘텐츠를 무료로 만들고 이를 공유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텍스트, 인스타그램은 이미지, 제페토는 애니메이션, 클럽하우스는 사운드 기반의 콘텐츠로 약 40%의 사용자가 자신의 콘텐츠를 자유롭게 만들고 공유하며 즐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튜브나 틱톡과 같은 영상 공유 플랫폼에서는 자신의 콘텐츠를 만드는 사용자가 1%도 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촬영과 편집 등 영상 제작을 부담스러워한다는 뜻이겠죠. 만약 침대에 누워서 나만의 콘텐츠를 1분 만에 뚝딱 만들 수 있다면, 누구라도 자유롭게 영상을 제작하지 않겠어요?”

진승혁 대표의 말처럼 빠른 영상 합성기술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카멜로’ 프로모션으로 ‘나만의 이상형 찾기’를 진행했는데 아무런 홍보 없이 일주일 만에 20만 명이 참여했다.

클레온은 일반 대중을 위한 ‘카멜로’ 서비스를 운영하는 한편, 여러 기업과 기술협약을 맺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음성과 화상으로 가상 인간과 대화하는 버추얼 챗봇, 한국어 콘텐츠 수출 시 성우 대신 실제 주인공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더빙하는 다국어 더빙 솔루션, 카카오헤어샵과 협업해 사진 속 일반인을 가상 인물로 바꿔주는 초상권 관련 사업 등이 그것이다.

“영상 합성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앞으로 수많은 사업 기회가 열릴 거예요. 다만, 클레온은 기업 대상의 비즈니스보다는 대중이 쉽고 편하게 사용하는 데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실시간 영상 공유 SNS ‘카멜로’ 이미지.

인재 · 조직문화 · 기술 기반으로 글로벌 행보 가속

올 2월 한양대학교를 졸업한 진승혁 대표는 스물한 살부터 창업에 도전했다. 그동안 다양한 실패와 성공의 경험이 차곡차곡 쌓였다. 클레온을 창업한 것은 지난 2019년으로, 시작은 단순했다. 지루한 인터넷 강의를 듣다가 문득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가르치면 정말 열심히 공부할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콘텐츠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얼굴과 목소리만 변환하면 강의 집중력이 훨씬 높아질 거라는 생각이 창업의 시발점이 됐다.

“창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입니다. 저는 생각하고 꿈꾸는 것이 가장 재미있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이 현실로 구현되는 과정이 정말 신나죠. 10년 가까이 학교에 다니면서 창업 관련 활동을 하고 프로젝트 지원도 받았지만, 처음에 들었던 창업 관련 강의와 교육이 가장 도움이 많이 됐고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재정이나 네트워크 지원보다는 교육을 좀 더 고도화하는 데 힘을 쏟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이라는 씨앗을 늘 가슴에 품고 지냈던 진승혁 대표는 이제 더 큰 꿈을 향해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려 한다. 최근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에서 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클레온은 내년 하반기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미국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글로벌 행보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표준을 만들려면 미국으로 가야 합니다. 그곳에서 글로벌에 대한 이해를 높여 기술, 사업, 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또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카멜로에 대한 반응이 좋습니다. 미국에서 빨리 성장시켜야겠다는 생각이 큽니다.”

카멜로를 전 세계적인 영상 공유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다는 진승혁 대표. 클레온이 가진 역량이라면 충분할 것이다.

“기술은 언젠가 따라오게 돼 있습니다. 기술력으로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5년 정도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핵심 역량은 인재입니다. 클레온은 훌륭한 직원들이 조화를 이룬 최고의 팀입니다. 이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조직문화와 정책,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인재와 조직문화,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클레온.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클레온의 영상 합성기술은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다.
클레온이 자체 개발한 ‘딥휴먼(Deep Human)’ 기술.
현실과 가상 세계를 잇는 디지털 트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