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AUTUMN

VOL. 259

Contents VOL. 259

COVER STORY

민간 우주관광이 시작되고, ‘누리호’가 쏘아 올려지는 2021년은 특별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인류의 미래 전략시장으로 자리 잡은 우주. <HYPER> 가을호에서는 민간 우주산업 본격화로 촉발된 ‘뉴 스페이스 시대’와 우리의 우주 전략에 대해 알아봅니다.

Research
Headline

디지털 사회에서는
기술이 신규 일자리 낳는다

경영학부 임규건 교수

  • 글 박영임
  • 사진 손초원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일자리를 앗아갈 것인가.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전 구글 CEO는 버글스(Buggles)의 ‘비디오 킬 더 라디오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에 빗대 “비디오는 라디오스타를 죽이지 않았다”며 “오히려 새로운 부가산업을 창출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임규건 교수 또한 기술 발전으로 인간의 일자리는 보다 다양화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SW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의 연관성은?

공공분야에서는 데이터베이스나 보안, ERP 등 다양한 상용 소프트웨어(SW)를 사용한다. 지난 7월 경영학부 임규건 교수 연구팀은 공공분야가 이러한 SW의 유지관리 요율을 15%로 상향하면 1만여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SW 산업계는 물론, 정부의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여기서 유지관리 요율이란 구매한 SW 제품의 버전 업이나 시스템 업데이트 등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소요되는 유지관리비의 비중을 의미한다. 만약 100만 원짜리 SW 제품을 구매했을 때 해마다 10만 원의 유지관리비가 소요된다면 유지관리 요율은 10%가 된다.

행정안전부의 2020년 공공부문 정보자원 현황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유지관리 요율은 10.8%, 상용 SW 연간 유지관리에 투입되는 비용은 1조 7984억 원이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상용 SW 유지관리 요율을 1% 상향하면 정부 예산이 1620억 원 더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그만큼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1인당 단순 평균 임금을 5천만 원으로 가정했을 때, 상용 SW 유지관리 요율을 1% 상향한다면 3240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따라서 상용 SW 유지관리 요율을 15%까지 상향하면 연간 약 1만 2638개의 신규 고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SW 유지관리 요율이 증가하면 그만큼 업계에 자금이 투입되는 것이므로 SW 산업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상용 SW 유지관리 요율을 1% 상향하면 기업 전반에 걸친 매출 증대 효과가 2조 146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임규건 교수는 이러한 전제하에 세 가지 기준으로 투입 금액이 일자리 창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첫 번째 방법은 특정 산업에 예산이 투입되면 얼마나 고용이 창출되는지를 계산하는 고용유발계수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투입된 자금만큼 순이익이 증가했을 때 그에 따른 매출 증가분을 기준으로, 세 번째는 단순하게 투입 금액이 고용에 사용됐을 때를 기준으로 신규 고용자 수를 도출하는 방법이었다. 본 연구는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협조하에 진행됐고, IT서비스학회지에 게재될 예정이다.

기술의 발전은 일자리 다양화에 기여

임규건 교수는 정부로부터 투입된 자금이 고용창출에 활용되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당부했다. 지난 6월 정부는 ‘2021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5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인데, 특히 청년 디지털 일자리를 늘리고 SW 분야의 인재를 양성할 방침이다. 이러한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정부에서 DB 구축사업이라며 단순히 종이문서를 스캔해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일자리는 사업이 종료되면 지속되지 못합니다. 그보다 전문지식과 기술을 익혀 장기적 으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인재 양성에 직접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단순 작업보다는 데이터 분석 인력을 육성하거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해 신규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죠.”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회 전반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가속도가 붙었다. 그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산업이 있는가 하면 뒤꼍으로 밀려나는 분야도 있다. 이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화두로 부상했던 시기, 함께 제기됐던 것이 AI나 로봇에 의해 많은 이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하지만 임규건 교수는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의 일자리가 더욱 다양화될 것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기존 산업의 일자리는 줄어들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기 때문에 전체 일자리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코드판이 사라졌다고 음악산업이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기존의 일자리가 오히려 더 고급화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대량생산 제품보다 수공예품이, 기계의 서비스보다 사람의 서비스가 더 높은 값어치를 받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경영공학자로서 학사 및 석사 과정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임규건 교수는 1994년 KT연구소 연구원 시절, 아시아 최초의 인터넷 서비스인 ‘코넷(KONET)’ 개발에 참여한 바 있다. 1990년대 우리나라가 IT 산업의 강국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몸소 지켜본 산증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규건 교수는 기술의 발전이 일자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직접 목도했다.

“기술 발전에 따라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분야가 달라졌습니다. 웹툰이나 온라인 교육, 게임 등이 등장했던 초창기에만 해도 지금처럼 엄청나게 큰 산업으로 발전할 줄 생각도 못했죠. 이렇게 신기술을 활용해 계속 새로운 산업이 형성될 것입니다.”

미래 신사업으로 창출될 신규 일자리 기대

요즘 취업난 때문에 어깨가 축 늘어진 학생들의 모습은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한다. 하지만 임규건 교수는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현실을 마냥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인데 이는 젊은이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잘하면 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우선 본인이 재미있어하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일을 찾았다면 잘 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키워야죠. 유튜브 크리에이터이든 피규어 제작자이든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면 각광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다가올 AI와의 경쟁 시대에서 AI를 이길 수 있는 꽤 승률이 높은 방법이기도 하다. 더불어 임규건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신규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여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장을 확대하는 것 또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은 한정적입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해 시장 파이를 키워야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일자리도 늘어날 것입니다. 전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을 아무리 육성해도 국내 시장 만으로는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디지털 혁신이 기업과 사회에 어떠한 변화를 야기하며, 그 변화 속에서 어떠한 가치를 창출하는지를 연구과제로 삼고 있는 임규건 교수는 최근 스마트시티, 스마트홈, 스마트스쿨을 위시한 스마트사회의 개발정책과 그 방향성에 관심이 높다. 스마트시티 건설은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양산하는 미래 산업 중 하나이며 여타 산업처럼 수출도 가능하다. 이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임규건 교수는 이 분야 또한 유망한 신규 일자리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기술 발전에 따라 새로운 산업이 형성되고
인간의 일자리는 더욱 다양해질 것입니다.

경영학부 임규건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