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AUTUMN

VOL. 259

Contents VOL. 259

COVER STORY

민간 우주관광이 시작되고, ‘누리호’가 쏘아 올려지는 2021년은 특별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인류의 미래 전략시장으로 자리 잡은 우주. <HYPER> 가을호에서는 민간 우주산업 본격화로 촉발된 ‘뉴 스페이스 시대’와 우리의 우주 전략에 대해 알아봅니다.

#Zest 2

모바일로 쉽고
즐겁게 배우는 코딩

‘마로마브’ 최문조 대표(물리학과 12)

  • 글 오인숙
  • 사진 손초원
소프트웨어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지면서 코딩교육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필요한 창의력과 논리력, 문제 해결력을 키울 수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덕분에 코딩교육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코딩교육 플랫폼 ‘메이크’를 개발한 마로마브의 최문조 대표는 벌써 10년 후를 내다보며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코딩과 작품을 뚝딱

전 세계적으로 코딩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코딩이란 C언어, 자바, 파이선 등 컴퓨터용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미국, 영국, 핀란드 등은 일찌감치 코딩교육을 정규과목으로 시행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지난 2018년부터 코딩교육을 의무화했다. 코딩교육은 주로 컴퓨터나 노트북을 사용한 웹을 통해 이루어진다. 모바일로 구현하는 코딩교육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마로마브’의 코딩교육 플랫폼 ‘메이크’가 주목받는 이유다. ‘메이크’는 컴퓨터 없이 모바일로 손쉽게 코딩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웹보다 모바일이 훨씬 접근성이 좋지만 개발이 쉽지 않습니다. 단순히 앱 개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에 인터랙션해 구현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죠.”

지난 2018년 코딩교육 플랫폼 ‘메이크’를 개발한 마로마브의 최문조 대표는 교사인 친구의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코딩교육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큰 이슈였던 코딩교육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친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과거에 영어가 학생들에게 많은 기회를 준 것처럼 앞으로는 코딩이 그럴 것이라고요. 그런데 벌써 아이들에게 교육 격차가 생기고 있다며 걱정하더군요. 학생들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주고 싶은데 학교 환경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그때도 에듀테크 회사는 많았지만, 학교 예산으로는 값비싼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최문조 대표는 자연스럽게 컴퓨터가 아닌 스마트폰을 떠올렸고, 2개월 만에 최소 기능만을 탑재한 코딩 앱 ‘메이크’를 완성했다. 급하게 개발하느라 교사들이 참석한 시연 자리에서 실수를 연발했지만, 다행히 기대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았고 교사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최 대표는 그 자리에서 코딩교육 사업이 충분히 승산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공부보다는 경험 제공이 목표

현재 대부분의 코딩교육 기업은 웹 환경에서 코딩을 보다 심도 있게 배울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마로마브의 ‘메이크’ 앱은 게임 등 쉽고 재미있는 방법을 통해 코딩을 배우고 접할 수 있게 만들었다. 무드등이나 RC카처럼 코딩을 통해서 작지만 실질적인 제작물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다.

“예를 들어, 영어는 어느 정도 공부하는 방법이 정해져 있잖아요? 하지만 코딩교육은 아직 그런 체계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 나름대로 꾸준히 방법을 고민하고 제안하고 있어요. 특히 사용자가 만들고 싶은 아이디어를 실물로 구현하고 작동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코딩 공부를 깊이 있게 많이 하는 것보다는 사용자가 아이디어를 떠올려 원하는 것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심화 학습을 하기에는 부족하다, 더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마로마브의 목표는 공부보다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다.

“모든 사람이 영어 고수가 될 필요는 없죠. 여행 가서 간단히 쓸 정도면 충분하다 여기는 분도 많을 거예요. 그런 분들에게는 우선 영어가 재미있어야 하고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도 그런 관점으로 보는 거예요. 저희는 스마트폰을 통해 누구나 쉽게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경험을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변화가 생기길 기대합니다. 지금은 코딩으로 무드등이나 RC카처럼 간단한 작품을 만들지만, 언젠가는 개발도상국의 빈민가에서 목장의 양떼 관리 경보기를 만드는 모습을 상상하는 거죠.”

최문조 대표는 그런 의미에서 ‘메이크’가 개발도상국에 아주 적합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도 ‘메이크’ 앱 사용자의 60%가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에 거주하는 해외 유저들이다.

“개발도상국에서 그런 경험이 일어나면 파급력이 엄청날 거예요. 누군가의 삶이나 직업에 있어서 선택지가 달라질 수도 있고 사고방식에 변화를 줄 수도 있겠죠.”

마로마브를 단순히 코딩교육 전문기업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마로마브의 ‘메이크’ 앱은 RC카 제작 등 쉽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코딩을 익히게 한다.
마로마브 회사 전경.

아이디어 모이는 제작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

한양대학교 창업지원형 기숙사 ‘스타트업돔’ 1기와 2기로 입주해 2년간 생활한 최문조 대표. 그는 주거를 보장받는다는 것이 창업가에게는 아주 큰 혜택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곳에서 만난 창업가들과 아직도 꾸준히 연락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때부터 제가 만든 서비스와 제품이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데 보탬이 되길 꿈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개발도상국이나 적정기술(제3세계의 지역적 조건에 맞는 기술)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현재 마로마브의 ‘메이크’는 주로 초·중·고등학교의 코딩 수업시간에 사용된다. 약 800여 개의 학교와 기관이 마로마브의 주요 고객이다. 난이도별로 재미있게 구성된 커리큘럼과 실시간 학습 현황 파악, 학급별 작품 확인 등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특히 호평받고 있다. 올해는 사업영역을 B2C로 좀 더 확장하고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이미 영어, 러시아어, 아랍어, 일본어 등 7개국 언어로 서비스를 확대하며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기본 준비를 마쳤다. 이와 함께 또 다른 후속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메이크’ 앱을 통해 코딩을 배우고 작품을 만들어본 사용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마음껏 표현하고 발산하며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구상하고 있다.

“과거에 유튜버는 아무나 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누구나 될 수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디지털 제작물을 만드는 일이 앞으로는 일상적인 모습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메이크’ 앱이 교육으로서의 경험을 많이 제공할수록 우리 플랫폼에 모여 함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며 제작물을 만드는 이들도 늘어날 거예요. 그러다 보면 정말 좋은 작품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죠. 양질의 프로젝트가 나오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실제 판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도울 겁니다. 그런 제작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누구나 만들고 싶은 것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믿으며 10년 후를 준비하는 최문조 대표. 그의 바람대로 ‘메이크’ 앱이 교육 플랫폼을 넘어 제작 플랫폼으로 우뚝 서길 응원한다.

‘메이크’ 앱은 초·중·고등학교 및 기관의 코딩 교육에 활용되며 호평을 받고 있다. 마로마브 임직원은 서비스 확대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 중이다.
마로마브처럼 모바일로 구현하는 코딩교육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